남은 여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찾아하겠다는 일념으로 공직에서 조기퇴직한지 어느 덧 만 3년이 되어갑니다. 어떤 일이 과연 나한테 적성에 맞으며, 일이 노동의 영역이 아니고 삶의 텐션을 올려주는 활력소가 될뿐만 아니라 우리가족 살아가는데 문제없도록 경제적인 면까지 해결해주는 일이 어딘가는 존재할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공직의 길에서 퇴직의 출사표를 던졌던 것입니다.
퇴직후 20여가지의 알바와 몇 가지 사업의 경험들,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이리저리 다양한 조합으로 테스트를 해왔고, 이제는 어느정도 퍼즐 조각들이 완성되어 간다고 느낍니다. 내가 해왔던 여러가지 일들에서 경험치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내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 재미있는 일과 재미없는 일, 해야할 일들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어느정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일단은 과감하게 도전해 나가다 보니 이런 노하우들이 복리처럼 잠잠하다 어느순간 부풀어 올라 결실로 돌아왔습니다. 일하는 시간, 경제적인면, 재미까지 더해진 가성비 좋은 꿀조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대략 세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공직에 이은 제2의 직업, 나를 소개하는 대표 직업(프리랜서 강사, 하루 2-3시간, 월15회 학교 출강)
둘째, 내 명의 사업자 하나(외국인도시민박업을 통한 에어비앤비 운영, 디지털노마드에 가까움)
셋째, 약간의 재미와 단순함의 끝판왕, 원초적 노동욕구 해결하는 당구장 알바(주 1.5일)
앞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글을 써 볼려고 합니다.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공직에 있을때와 비교해서 일 하는 시간은 5,60프로 수준이고, 경제적으로는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훨신 여유가 있습니다. 직장인의 고질병인 월요병, 출퇴근 압박, 직장상사 갈등, 보고서 스트레스 등은 딴나라 얘기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내 능력치에 딱 맞는 일들로 지루하지 않게 조합했습니다.
한달에 두세번은 오롯이 일이 없는 자유의 날이 있고, 교직에 있는 선생님들처럼 여름, 겨울방학처럼 긴 휴일이 보장되는 안식 월이 있기도 합니다. 학교 교직원 대상 강의가 저의 메인 직업이기에 학교 방학때는 일을 쉬는 날이 많습니다. 일을 더하고 싶으면 더 늘리고, 줄이고 싶으면 줄일수 있는 탄력성도 있습니다.
'과연 그런일이 있기나 한 걸까' 라고 지인들이 물어본다면, '계획하고 시도해보기나 했어?]라고 저는 답을 합니다. 사람마다 능력치와 적성이 다 다를것이고, 이 넓고 다양한 세상에 본인 옷에 딱 맞는 일이 없다는게 오히려 말이 안되는것 아닐까요? 어딘가에 존재하는데 단지 못찾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지인들중 제가 한번씩 사업이랍시고 새로운일에 도전 하노라면 '또 사고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누가뭐래도 나는 어차피 내 생겨먹은 대로 사는것이고, 내 걱정은 낭비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합니다. 공직 14년 남기고 퇴직하는 대형사고에 비하면 이런 사소한 일을 벌이는 것은 애교수준입니다.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약간의 손해를 볼때도 있지만, 그것조차 값진 인생의 경험이라는 결실이지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인생, 다양한 경험을 못해본것이 죽기전에 후회할 원통한 일이지, 다양한 시도와 경험은 인생 최고의 가치입니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경험할 감사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조기퇴직을 결심했을때 관련 도서나 정보의 부족을 절실히 느꼈었습니다. 그래서 퇴직후에 제가 경험했던 조기퇴직의 준비와 실행과정을 책으로 남기면 은퇴준비자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책 분량을 다 채우기 부담스럽기도 하고, 다양한 직업군에서 조기퇴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책으로 출간하면 책 구성이 더욱 풍부해질거라 생각해서 은퇴카페에 저를 중심으로 공동집필자를 찾는 글을 올린적이 있었습니다. 막연했던 제 혼자만의 구상이었는데, 우연히 좋은 작가분이 연락을 주셨고, 제 지인을 비롯하여 5명의 파이어족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할수 있게 되었고, 좋은 출판사와 다음주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단독저서를 출간하고자 하는 꿈도 생겼으며,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틈틈히 글을 자주 적어보려합니다. 단독저서를 꿈꾼는 이유는 제 두아들에게 바치는 아버지의 삶의 기록들을 책으로 남기기 위함이 제일 큰 부분입니다. 책의 부제도 아들 둘의 이름을 한글자씩 따서 '훈록 두아들에게'로 정했습니다. 내가 이세상에 없어지더라도 두 아들이 언제가는 아버지가 남긴 책을 진정으로 읽을 때가 있을 것이고, 제가 살았던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돌아보며, 부족했던 아버지가 전하는 삶의 교훈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기 퇴직 만3년을 지나면서 느끼는 감정은 조기퇴직은 단 한순간이라도 후회한적이 없으며, 내 인생후반 최고로 잘한 선택이었다는 확신입니다. 퇴직후 경험했던 다양한 일들 중 다음과 네이버에 제 얘기가 첫화면에 링크되었던 일, 내노라하는 작가들이 활동하는 브런치 앱에 제 이야기가 실시간 몇 일 1등 했던일 등 저한텐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경험들이 공직에 계속 있었던들 가능이나 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온 3년간 저의 조기퇴직 슬로건처럼 '매해 다른 주제'의 삶을 살아왔고, 내년, 내후년 또한 흥미진진한 한해의 주제를 설정해놓았습니다. 내 나이 50세..인생의 전성기이자 황금기가 비로소 시작이라고 애써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껏 움질일수 있는 건강한 신체가 있다는건 또한 얼마나 놀라운 것이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인생행복의 척도라는 것을 이미 스스로 깨닫고 있다는 건 더욱 환상적입니다. 부귀나 명예는 처음부터 관심밖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노부모를 비롯한 저의 가족들도 큰 병을 앓고 있지 않아서 오롯이 제 삶에 집중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삶에 격려를 보내주시는 가족, 지인들을 비롯하여 사이버상에도 몇 몇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힘이 나는 일인지....
항상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