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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아닌 코딩 열풍이 부는 이유

by 선명이와 지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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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AI가 코딩 업무를 보조하면서 코딩 열풍이 다소 주춤하지만 한 때 우리나라에 코딩 열풍이 분 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인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때문에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주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코딩을 배우고자 관심을 가졌다.


언론도 관심 있게 보도했다. 소프트웨어가 국가경쟁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며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혁신과 성장, 가치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인 되는 코딩 학습이 중요하다고 했다.


"왜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코딩을 배우라고 할까?"


코딩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IT서비스 회사를 다닐 때 함께 일하는 선배들은 코딩보다 프로그래밍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청년 시절에 근무했던 회사는 IT서비스 회사였다. 이 회사에서 하던 주요 업무는 고객사 전산실에서 생산관리시스템(MES)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처럼 고객사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는 일이었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려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여 소프트웨어를 설계, 개발, 테스트하는 작업이다. 당시에 나는 고객사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기에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기 위한 사용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고객사 직원들의 요구에 대한 납기를 맞추기 어려웠다. 품질은 거의 신경 쓰지 못하고 기능을 구현하기에만 급급했다.


"이대리. 단순히 코딩만 할 줄 일면 안 돼.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돼"


함께 근무하는 선배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면서 종종 이렇게 말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코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설계, 수정하고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소프트웨어 품질을 보장하거나 향상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코딩만 할 줄 아는 코더(Coder)보다 프로그래머를 가치 있게 평가하고 대우를 해주었다.


근래 들어서 IT교육시장이 코딩을 배우라고 홍보하고 있다. 코딩 아닌 프로그래밍을 배우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회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던 나로서는 인터넷에 코딩 열풍 기사가 뜰 때면 이러한 궁금증이 들곤 했다. 그런데 수년 전에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계기가 있었다.




수년 전, 다니던 IT서비스 회사를 그만둔 후 무슨 일을 할까 찾아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만둔 상태였다. 그래서 재취업을 하기 위해 동종업계 회사로 이직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인터넷 워크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국비무료 교육과정 중에서 한 과정이 마음에 솔깃했다.


'중장년 소프트웨어 강사 양성과정'


40세 이상의 중장년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해 주는 교육이었다. 비록 회사에서 남을 가르칠만한 실력은 없지만 하던 일이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이었어서 그런지 교육신청을 하고 싶었다. 커리큘럼을 살펴보았다. 여러 가지 수업이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스크래치(Scratch)와 앱인벤터(App Inventor)?'


스크래치와 앱인벤터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수업이 적혀 있었다. 생소했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IT서비스회사의 실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아무튼 수강신청을 했고 강의를 들었다.


"아이들의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언플러그드(Unplugged) 교육이 필요하죠"


강의를 듣다 보니 이런 강의도 코딩과 관계있을까 싶은 것도 있었다. 언플러그드 수업은 컴퓨터 없이 다양한 게임이나 놀이를 하는 시간이었다. 마치 레크리에이션이나 보드게임 시간 같았다. 강사는 코딩의 원리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교육생들에게 이런 수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크래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공부하기가 어렵지 않아요. 블록게임 맞추듯이 즐겁게 구현할 수 있지요. 별로 지루하지 않으실 거예요"


스크래치 수업시간에 교육생들은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있는 스크래치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 그런 후 강사 말에 따라 블록을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구현 실습을 했다. 스크래치는 블록 코딩 방식으로 결과물을 구현하기 때문에 IT비전공자가 학습하더라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앱인벤터는 스크래치와 유사한 방식으로 블록 코딩을 하는 개발도구인데 모바일의 앱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였다. 또한 아두이노 같은 물리적 장치를 활용하여 코딩과 기계를 연결해 작동시켜 보는 실습시간도 있었다.


IT교육시장에서 말하는 코딩의 범위는 회사에서 전산업무를 하면서 생각했던 코딩의 범위보다 훨씬 넓었다. 회사에서의 코딩 학습은 비주얼베이직이나 자바 등 전문가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근래 IT교육시장에서 불고 있는 코딩 학습은 교육생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인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코딩 학습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선입견과 문턱을 낮춰 교육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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