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문제적 정책과 배치되는 모순된 정책을 답습하는 교육부
무전공입학과 고교학점제 사이의 모순성
이번 무전공 선발과 고교학점제와 엇박자를 내는 지점이 바로 '진로'선택 혹은 '전공'선택에 대한 모순성 여부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을 일찍부터 진로를 선택하게 하고 준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갑자기 미래사회에 대한 필요성 운운하면서 무전공선발을 들고 나왔다.(대학별로 재정지원을 무기로 압박하고 있다.) 즉, 어제는 진로에 따라 과목선택을 하라고 안내하다가 갑자기 무전공을 강조하고 있다.(그럼 위에서 비판한 고교학점제 시행에서 진정한 학생들의 교과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말인가? 그런데 무전공선발의 비율이 일부인 점을 감안하면 고교에서는 일종의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즉, 나머지 학생부 종합으로 학과별로 뽑는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또 과목선택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유리한 과목선택을 고민하게 만들고 무전공선발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오로지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무전공 선발에서 강조하는 것이 대학생들이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전공이나 진로를 선택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대학생들에게도 힘든 진로, 전공선택을 고교학점제하에서 고교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진로를 선택하여 그에 맞게 과목을 잘 선택해서 준비하는 것이 대학입시(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매우 유리하고 필요하다고 강조한 곳이 바로 교육부 그리고 대학들이다. (거기에 대학들도 호응하여 실제로 학생부 종합에서 그런 배경하에 학생을 선발한다고 매우 명시적으로 알리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도입과 함께 그런 점을 강조해 왔고(현재의 학생부종합을 본격적으로 탄생시킨 장관이 바로 이주호 장관이다.) 더 박차를 가하여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하여 더욱 진로선택과 과목선택 자체를 강조하던 마당에 갑자기 무전공입학이라니. 도대체가 앞 뒤가 맞질 않는다. 어떻게 게 교육정책을 이렇게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가?
선진국, 특히 미국의 대학들이 무전공 입학을 확대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며 우리도 그런 방향의 장점을 분석하여 도입하는 것 자체는 일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대학 자체적으로 미래 교육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관 주도의, 즉 교육부와 같은 곳에서 주도하여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상기한 바와 같이 기존에 주창하던 교육방향과는 판이하게 위배되는 정책을 어떠한 여론 수렴의 과정이나 숙고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정말이지 개탄할만한 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막말로 '교육부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는 말이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교육부는 제발 성급한 '교육실험'을 멈추길 바란다.
항상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교육부는 제발 일방적인 정책추진을 포기하기 바란다. 우리나라의 교육계는 '먼저'하는 것이 항상 선도적 개혁이며 미래 교육에 대비할 수 있고, 개척자의 효용을 가져온다는 식으로 새로운 정책을 남발해 왔다. (디지털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교육에서 '먼저'하는 것이 항상 옳지 않다.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교육은 '학습(learning)'이고 학습은 인간의 '두뇌'와 일정 부분 신체의 협응상태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다. 인류 역사상 '교육'이란 활동이 제도화된 이후 인간신체의 메커니즘은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교육정책은 충분히 숙고하고 분석을 해야 하며, 검증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학습면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학습과학에 중점을 두고 지금까지 나온 이론들을 반영하여 서서히 교육에 적용시키는 일일이다.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으로 어느 나라의 교육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던 적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무전공입학제도'는 지나치게 성급하다. 그리고 기존의 정책과 비교하여 매우 모순적인 정책이다. 그리고 기존의 정책(고교학점제) 자체도 매우 문제가 많다. 교육부는 제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하고 분석하기 바라며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의 기본속성에 위배되는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남발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