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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리A서티 Feb 06. 2024

무전공선발? 교육부는 제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입안하길

기존의 문제적 정책과 배치되는 모순된 정책을 답습하는 교육부

  교육부에서 최근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대학들에게 무전공입학을 확대, 도입하도록 거의 강제화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교육부는 무전공선발이 원래 문제가 있었던 기존정책(고교학점제)과 어긋난, 모순성을 가진다는 또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반성하기를 바란다. 아래 글은 기존의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을 꼬집고 그 정책과 이번 '무전공입학'제도가 가지는 정책사이의 모순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고교학점제는 결코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기존의 정책은 '학생부 종합전형'과 '고교학점제'를 의미한다. 이번 무전공입학제도가 기존의 제도와 이율배반적이라는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고교학점제는 말 그래도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듣게 해 준다는 명목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정책이며 내년 2025년도에 전면적으로 도입예정이다. 그런데 먼저 이 고교학점제 자체는 모순성을 가지고 있다. 휘황찬란하게 설명된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학생들이 '마음대로'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미리 결정한 '진로'에 따라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어떻게 선정하여 수강하느냐에 골몰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사실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부터 소위 수시 학생부종합에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 자체를 '전공 혹은 계열 적합성'이란 용어로 평가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대학들마다 주최하는 입시설명회에서 대학들이 어떻게 수험생들의 과목선택을 평가하여 학생부종합전형에 반영하는지의 내용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 중이다.)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 이 '진로- 더 좁게는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고, 결정한 진로(전공)에 따라 평가(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한 과목을 150여 개나 되는 선택과목 중에서 선택하여 소위 전공적합성(요사이는 계열적합성이라는 말고 표현) 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느냐 자체가 매우 지난한 일이다. 얼마나 모순적인가. 말로는 '원하는 과목'을 마음껏 듣게 하겠다면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과목선택의 로드맵이 있는 것처럼 학생들을 옥죄어 과목 선택 자체를 일종의 힘든 과업으로 만들어 놓은 게 바로 교육부와 대학들이다. 만약 어떤 결정된 진로(전공)에 입시(학생부종합)의 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적합하고 유리한 과목선택이 있다면 사실상 그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대 같은 곳은 이전부터 각 과별로 반드시 '필수'는 아니지만 '권장' 과목이라는 타이틀로 과목을 안내하고 있다. 아니 어떤 전공이나 진로의 학습과정에 정말 필요한 과정이나 과목이 있다면, 차라리 필수로 지정하게 듣게 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입장에서 덜 스트레스받게 하는 게 아닐까? 어떤 심리연구를 보면 지나치게 '선택권'이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선택권'이 제한된 사람들보다 더 후회를 많이고 불행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교육부는 각종 책자를 통해 가령 인문계열의 사회과학 계열 혹은 자연계열의 의학계열에서 선택하는 과목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한  일종의 샘플들을 제시하면서 안내하고 있다. (물론, 매우 애매하게 '반드시' 이걸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그런 '안내'자체가 일종의 더 나은 과목선택에 대한 필요성의 시그널을 전달하고 오히려 학생입장에서는 과목선택 자체가 입시의 과정이 되어버린다. 이게 마음대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인가? 잘 생각해 보자. 교육계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흔히 학교에서 국, 영, 수 중심의 과목을 운용한다고 할 때 비판하는 지점이 바로 '수능에 필요한 입시위주의 과목 중심을 가르치는 편중성'에 대한 비난이다. 그런데 고교에서 수강하는 과목들이 더 좋은 선택과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 앞의 수능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것과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입시'에 유리한 과목선택이라는 점에서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상기한 바와 같이 오히려 과목 선택 자체를 평가하게 되어 수험자 입장에서는 더 큰 부담을 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무전공입학과 고교학점제 사이의 모순성


  이번 무전공 선발과 고교학점제와 엇박자를 내는 지점이 바로 '진로'선택 혹은 '전공'선택에 대한 모순성 여부이다.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을 일찍부터 진로를 선택하게 하고 준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갑자기 미래사회에 대한 필요성 운운하면서 무전공선발을 들고 나왔다.(대학별로 재정지원을 무기로 압박하고 있다.) 즉, 어제는 진로에 따라 과목선택을 하라고 안내하다가 갑자기 무전공을 강조하고 있다.(그럼 위에서 비판한 고교학점제 시행에서 진정한 학생들의 교과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말인가? 그런데 무전공선발의 비율이 일부인 점을 감안하면 고교에서는 일종의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즉, 나머지 학생부 종합으로 학과별로 뽑는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또 과목선택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유리한 과목선택을 고민하게 만들고 무전공선발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오로지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무전공 선발에서 강조하는 것이 대학생들이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전공이나 진로를  선택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대학생들에게도 힘든 진로, 전공선택을 고교학점제하에서 고교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진로를 선택하여 그에 맞게 과목을 잘 선택해서 준비하는 것이 대학입시(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매우 유리하고 필요하다고 강조한 곳이 바로 교육부 그리고 대학들이다. (거기에 대학들도 호응하여 실제로 학생부 종합에서 그런 배경하에 학생을 선발한다고 매우 명시적으로 알리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도입과 함께 그런 점을 강조해 왔고(현재의 학생부종합을 본격적으로 탄생시킨 장관이 바로 이주호 장관이다.) 더 박차를 가하여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하여 더욱 진로선택과 과목선택 자체를 강조하던 마당에 갑자기 무전공입학이라니. 도대체가 앞 뒤가 맞질 않는다. 어떻게 게 교육정책을 이렇게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가?


  선진국, 특히 미국의 대학들이 무전공 입학을 확대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며 우리도 그런 방향의 장점을 분석하여 도입하는 것 자체는 일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대학 자체적으로 미래 교육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관 주도의, 즉 교육부와 같은 곳에서 주도하여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상기한 바와 같이 기존에 주창하던 교육방향과는 판이하게 위배되는 정책을 어떠한 여론 수렴의 과정이나 숙고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정말이지 개탄할만한 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막말로 '교육부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는 말이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교육부는 제발 성급한 '교육실험'을 멈추길 바란다.


  항상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교육부는 제발 일방적인 정책추진을 포기하기 바란다. 우리나라의 교육계는 '먼저'하는 것이 항상 선도적 개혁이며 미래 교육에 대비할 수 있고, 개척자의 효용을 가져온다는 식으로 새로운 정책을 남발해 왔다. (디지털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교육에서 '먼저'하는 것이 항상 옳지 않다.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교육은 '학습(learning)'이고 학습은 인간의 '두뇌'와 일정 부분 신체의 협응상태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다. 인류 역사상 '교육'이란 활동이 제도화된 이후 인간신체의 메커니즘은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교육정책은 충분히 숙고하고 분석을 해야 하며, 검증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학습면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학습과학에 중점을 두고 지금까지 나온 이론들을 반영하여 서서히 교육에 적용시키는 일일이다.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으로 어느 나라의 교육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던 적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무전공입학제도'는 지나치게 성급하다. 그리고 기존의 정책과 비교하여 매우 모순적인 정책이다. 그리고 기존의 정책(고교학점제) 자체도 매우 문제가 많다. 교육부는 제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하고 분석하기 바라며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의 기본속성에 위배되는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남발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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