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1]
퇴사한 지 2달 차로 접어들었다.
퇴사 전 감사하게도 동종 업계 같은 직무로 오퍼를 받고 두 번의 면접 끝에 최종 입사 제안까지 받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거절 의사를 표했다. (결정에 후회는 없지만, 만약 입사를 했다면 적절한 휴식기를 가지고 적절한 타이밍에 이직을 한 셈이다.)
퇴사 후, 짧은 여행을 마치고 본격 취준으로 들어섰을 때
'과연 내가 이 준비를 회사 다니면서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리고 새삼 환승 이직에 성공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단하다는 마음이 깃든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저것 자소서를 준비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할 걸 하는 생각과 그래도 많은 걸 했네 하는 이중적인 생각을 동시에 갖는다.
콘텐츠 기획 쪽으로 경력을 쌓아온 나는 같은 직무의 여러 산업군의 회사를 살펴보고 있다.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던 산업군의 회사를 지원할 때면 내가 과연 이쪽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도전해보고 싶다 하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큰 기업의 지원서를 쓰고 있자면 낮아지는 자신감과 이런 곳은 태어날 때부터 점찍어둔 사람들만 다니는 게 아닐까? 하는 무기력감이 엄습한다.
퇴사 2달 차로 접어든 지금, 하루 루틴이 생겼다.
9시 30분에 일어나서(백수치고 적절한 기상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빵과 커피를 마신다.
회사 다닐 때 빈속에 커피 두어 잔을 들이켤 정도로 커피 러버인 나는 커피값을 조금이나마 아끼고자 맛있는 커피숍의 드립백을 구입해 하루 한잔, 많게는 두 잔을 마신다.
느긋한 아침을 먹고 나면, 경제 신문 스크랩을 한다.(면접왕 이형의 루틴을 따라 했다)
스크랩을 한 지 2-3주 차인데 생각보다 재밌다. 내가 관심 있는 회사 혹은 산업군이 아니라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아, 이 회사는 지금 어렵구나'하는 나름의 인사이트를 갖게 된다.
스크랩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무수히 많은 채용 지원 사이트에 들어간다.
이제는 채용 플랫폼에서도 보편화된 AI서비스가 나랑 맞는 곳을 찾아주면 오 그럴듯한데 생각하다가도 흠... 하는 몇몇 회사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기존에 만들어두었던 이력서와 경력개발서, 포트폴리오를 업로드하고 '아 오늘은 그래도 뭐 했다' 하는 자기 위로와 함께 저녁을 맞이한다.
오늘 새벽, 문득 잠에서 깨었을 때 갑자기 '내가 백수라고? 내가 취준을 하고 있다고? 내가 아직도 취준을 못했다고?' 하는 두려운 생각이 그 짧은 찰나 스쳐갔다.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두려움,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름대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 나름의 위로(어쩌면 자기 합리화)와 함께 재취준생의 하루는 이렇게 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