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부재중 통화를 받아보세요

발신자 정보 없음

by 디엔드

Apr 20. 2025

오늘 우연히 들린 중고 서점에서 나의 시선이 닿은 책 한 권이 있었다.

제목은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차마 말하지 못해

‘부재중 통화’가 되어버린 이야기,

당신에게도 있나요?

이제 누군가는 들어주었으면 하는

당신의 ‘하지 못한 말‘을 남겨주세요.

당신의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그 어떤 말도 괜찮습니다.

- 네.. 저도 있는 거 같네요. 책님, 저희 집으로 가시죠.

적재의 정규 3집, 클리셰(Cliché)를 틀어놓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클리셰의 앨범 소개 글 첫 줄은 “뻔한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다들 외롭고, 그리운 감정을 부재중으로 남겨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이야기가 제게 닿았어요. 엮은이를 통해서 수신됐거든요. 숨기고 싶은 이야기였을텐데, 미안해요. 그래도 얘기해야겠어요. 당신은 멋진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요. 그리고 응원한다고요. 인상 깊었던 몇 개의 부재중에 발신을 해볼게요. 낯선 사람의 응답에 놀라지 마세요. 그리 이상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에

저는 지나가는 행인1 정도 되겠네요.

지나가는 행인이 익명의 당신에게 전합니다.

-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까요? 아줌마, 아주머니? 그냥 이모라고 부를게요. 이모, 저랑 꿈이 같으시네요. 저도 귀엽고 상냥하고 쾌활한 할머니가 되고 싶거든요! 저는 할머니가 되려면.. 한 50년은 더 살아야겠네요. 지금부터 18,262일 정도 아침을 마주하다 보면, 지금과는 다른 제 모습을 만날 수 있겠어요.

나이가 든다는 건 잘 버텼다는 증거인 것 같아요. 깨지고 엉성하게 이어지는 반복 속에서 살아내셨잖아요. 참 멋져요. 타인과 자신에게 귀엽고 상냥하고 쾌활한 할머니가 되어주세요. 저도 보고 따라 해볼게요~

- 지금은 어때요? 괜찮아요?

당신의 부재중을 읽자마자, 얼음 동백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 생각났어요.

< 굴절 >

물에 잠기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보기에 그럴 뿐이지 다친 곳은 없다는데

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

묻고 싶어요. 아직 물속인지, 물 밖으로 나오셨는지. 아직까지 물속이라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힘내서 나와봅시다. 춥잖아요. 요즘 저 수영 다니고 있거든요? 버킷리스트가 20대 초반에 라이프가드 하는 건데, 누군가를 구할 정도의 실력이 되면 제가 꼭 물속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지금은 괜찮냐는 질문이 기다려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게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진심이에요.

- 어.. 우선, 미안해요. 보자마자 웃어버렸어요.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그리스의 위대한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탈모였대요.

이렇게 위대한 사람도 탈모가 있었으니 괜찮다…. 라는 말은 너무 이상하네요. 아,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도 이건 확실해요.

당신은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워요!

(부담스러운 이모티콘을 더하며..)

-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당신의 말이 가장 와닿았어요. 제 부재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마음이더라고요. 고맙다는 말에 힘을 잔뜩 줘서 얘기하고 싶어요. 용기 내어 말해줘서 고맙고, 살아줘서 고마워요.

저도 힘들었던 순간에 누군가에게 받았던 위로는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수요일에 두 달 만에 상담받으러 가는데, 가기 전에 마음이 복잡해서 며칠간 소란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마음 편하게 가서 상담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겠어요. 덕분에 이런 생각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