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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심스 Nov 03. 2024

10년 만에 장범준

2024년 10월 5주, 11월 1주

# 강사와 교사

 수요일, 초등학교 디베이트 수업이 끝났습니다. 처음 해보는 형식의 수업이니만큼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15분 동안 정해진 형식 안에서 토론을 잘 해낸 아이들의 모습으로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강사로서 일하는 방식은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고, 수업 내용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들도 교실에 함께 임장 해주셔서 학생 태도 지도에 큰 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업 구성의 자율성에 제약이 있고, 만나는 시간이 적다 보니 학생들과의 교감도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철없는 소리 일 수도 있지만 재미가 적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국어' 과목 강사로 일하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일할 자리를 두 곳이나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었네요.

 내년을 고민합니다. 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을 하고자 합니다. 일단 한 번 남은 중학교 독서토론 수업을 잘 마무리 짓겠습니다.


# 장범준과 버스커 버스커

 수요일, 초등학교 디베이트 수업을 마치고 이태원으로 향했습니다. '소리 없는 비가 내린다.'라는 장범준 소극장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시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제자 두 명도 함께 했습니다.

 '버스커 버스커' 혹은 '장범준'의 노래는 저의 20대 그 자체였습니다. 스물한 살, <슈퍼스타K 3>에서 만나 어느덧 알아온 세월도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막걸리나'는 2011년 겨울 지행역 근처 그 차가운 공기를, '벚꽃엔딩'과 '여수밤바다'는 훈련병 시절, 빡빡머리들이 합창하던 그 교육관을, '정말로 사랑한다면'은 자대 전입 전 마음만큼이나 꿉꿉했던 장마철 날씨를 떠오르게 합니다. '처음엔 사랑이란 게'나 '잘할 걸'을 들으면 전역을 앞두고 설렘과 아쉬움으로 복잡해졌던 2013년 가을의 심정이 살아나지요. 전역 후 2014년 말에 이화여대에서 했던 콘서트에 친구와 함께 갔더랬습니다.

 취업 문제로 고달팠던 2016년, 앨범 한 장을 남겨 주고 훌쩍 사라졌던 장범준은 2019년 돌아왔습니다. '노래방에서'라는 노래는 얼마나 많이 듣고 불렀는지 모릅니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는 당시 가르치던 아이들이 불러달라고 아우성쳤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함께 간 제자 두 명도 그 해에 예뻐했던 아이들입니다. 그때 제 나이, 스물아홉이었습니다.

 콘서트는 정말 좋았습니다. 일단 소공연이라 가수를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거의 다 불러줬습니다. 진짜 거리에서 버스킹 보듯 가수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노래해 주고 관객들은 앉아서 그 감정을 공유한 순간도 정말 좋았습니다. 공연이 거의 끝날 무렵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를 부르며 관객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해주던 장범준 형님의 모습은 아마 한 동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운 좋게 두 번이나 했습니다 ^^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돈 벌겠습니다.


# 좋은 사람들

 어쩌다 보니 공교롭게 약속이 몰렸습니다. 그래서 수, 목, 토 연속으로 하루에 한, 두 팀씩 만났습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잘 살고 있습니다. 10년을 넘게 안 사람들과도 1년을 넘게 안 사람들과도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그저 즐겁게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고독하지만 깊어지고, 함께 있는 시간은 가볍지만 채워집니다. 쿨한 척하지 않고, 또 질척거리지도 않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잘 맞추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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