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양림에 한방사우나까지 갖춰진 곳이었다.
나는 최근까지 여행을 계획하면 토요일 새벽에 애들을 깨워서 차에서 아침을 먹이고, 집에 9시 이후에 도착하는 일을 반복하다가 이제는 "그렇게까지 무리하면서 여행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번 여름에 양구에 갔다 온 이후로 장거리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애들은 보통 9시에 취침에 들기 때문에 여행에 갔다 와 집에 도착하면 차에서 잠을 자게 되고 어릴 때야 내가 안고 집에서 재우지만 이제는 두 분 다 30kg가 넘어서 내가 안을 힘조차 없다. 그래서 차라리 금요일 밤에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휴양림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본격적인 여행을 하는 컨셉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요일 오전에 잠만 자고 아침에 출발해야 하니 휴양림 빈 곳 중에 가장 싼 곳을 검색한 뒤 휴양림 예약을 해 놓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애들을 거의 납치 수준으로 빠르게 차에 태운 뒤 밤에 출발하는 버릇이 생겼다. 휴양림 결제를 하고 나서 휴양림에는 바로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제가 어디 어디 사는데요. 휴양림에 아무리 빨라도 9시 30분일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관리자님 퇴근도 하셔야 하니까 아는 곳으로 키를 놓아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해도 관리자님은 "조심히 오시라"고 하는 말과 함께 마음 급하게 왔던 퇴근길로 다시 가서 고속도로를 타고 촉각을 세워 체크인을 하러 간다.
몸은 피곤한데도 나는 어떤 호르몬에게 압도되어 피곤하다는 생각보다 "얼른 여기를 벗어나자"라는 생각이 이미 나를 지배했고 일단 운전에만 집중해서 산골짜기를 들어가면 그제야 휴양림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갈 때 공기가 좋아서 기분이 조금은 좋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체크인할 때 관리자님이 "이 열쇠를 가지고 가면 사우나가 할인돼요"라고 해서 나는 "여기 사우나가 어디 있어요?"라고 하니까 "자는 곳에서 3분만 내려가면 사우나가 있어요"라고 하신다. 방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되었고 "얘들아 내일은 6시에 일어나서 사우나에 가자"라고 하면 애들은 "일단 알겠다"라고 한다. 방에는 보일러가 풀로 나와서 따듯하게 취침할 수 있었다.
그 주에는 회계사가 오셔서 그런지 이번 금요일 밤에 푹 자서 깨어났고 다행히 늦잠을 자기 않아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15분이었다. 나는 "얘들아 사우나 가자"라고 했더니 피곤해서 안 갈 줄 알았던 애들이 "갈게요"라고 한다. 탕 안으로 가니 깔끔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몸에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신 분이 안 계셔서 좋았다. 얼마 전 온양온천에 갔을 때, 어느 한 남성이 기세 좋게 온탕으로 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분은 바다와 산에서 사는 나름의 신격화된 초(超) 자연적인 동물과 어류가 각자의 개성을 내뿜은 채 그분의 피부에 따라 움직이며 한 몸에서 칼라풀하게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뭐 나는 일단 고개를 푹 숙였고 애들은 어디를 보는지 눈치를 본다.
나 : (아들에게 속삭이면서) 야 저쪽으로 가자.
아들 : 네.. 왜요?
나 : 화(華)가 가득한 벽화가 그려진 것 같아..
용기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일단 그 자리를 피하고 본다. 빼빼 마른 내 몸은 고속노화로 인하여 배는 나와 있고 뼈는 앙상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체격 좋고 금 목걸이를 채운 채로 움직이는 데코레이션이 가득한 초자연적인 벽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그러나 여기 목욕탕은 움직이는 벽화가 보이지 않았고 애들이 수압으로 마사지하는 곳에 들어가서 둘이 잘 놀아 다행이었다. 나는 몸에 벽화를 그리신 분은 익숙해서 괜찮은데 일상상활에서는 벽화가 옷으로 가려져 일부만 보이지만 목욕탕에서 굳이 애들에게 모든 몸의 벽화를 미리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들하고 목욕탕을 갔는데 처음으로 온탕에서 10분 이상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해서 투숙객은 한 명당 5,000원 정도 여서 투숙객이 목욕하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애들은 숙소로 가고 싶다고 해서 1시간 목욕하다가 딱다구리소리를 들으며 숙소로 돌아왔고, 아내는 거의 2시간 있다가 숙소로 복귀하였다. 일단 애들에게 소소한 아침을 차려주고 8시경에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체크아웃을 하였다. 씻고 나오니 몸도 개운하고 기분도 상쾌한 상태에서 다음 목적지로 달렸다.
여기 휴양림은 다음 목적지를 가야해서 시간이 많지 않아 주마간산으로 대충 훑었으나, 산책로도 잘 되어 있고 하루 정도 머물러서 체크아웃 전에 산책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