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5.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단순한 욕구 충족에 몰두할 때가 많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전혀 그런 걸 추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감각 기관을 만족시켜 주는 일에 특별히 호불호가 갈리는 일 없이 즐기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눈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새로운 것은 눈에 담으려 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 감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입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맛집이라는 맛집은 다 돌아다니게 되고, 특별히 SNS 따위를 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내밀어서 욕을 할 이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우리는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에 대해서 가까이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것이 음악일 것입니다. 대중가요의 모든 슬픈 노래들의 가사가 마치 ‘나’ 자신과 같다고 느껴지는 것도 이미 그 음악에 귀가 매료되었기 때문이고, 귀를 만족시켜 준 그 멜로디와 비트가 심장까지 밀려들어 온 것이겠습니다.
오늘의 수요질문을 맞이하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네 영혼의 음악은 무엇이냐’라고 묻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저는 한때 ‘걸어 다니는 노래방’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정말 많은 노래의 가사를 아직까지도 외우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이 노래다 싶은 게 있으면 그 순간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다시는 나오지 않더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수백 수천 곡들 속에 과연 제 영혼의 음악은 무엇일까 싶어 제 속을 한 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뭔가가 저 아래에서 꼬물꼬물 하며 낚시 바늘에 걸리기라도 한 듯 곡 하나가 딸려 나옵니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감미로운 멜로디, 심금을 울리는 가사도 아닌 영 엉뚱한 노래가 튀어나옵니다. 물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들 중의 한 사람이긴 합니다만 그녀의 노래가 이 순간에 튀어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가수의 이름은 마돈나, 곡명은 ‘Papa don’t preach.’입니다. 제목을 보면 아빠는 설교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말 그대로 내가 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미혼모가 될 우려가 있는 딸에게 아빠는 아이를 지우고 새 출발을 하라고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아서 키우겠다고 말하는 그런 내용의 노래입니다. 10대 미혼모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있었다는 노래이긴 합니다만, 저는 그저 노래로서 이 노래를 좋아할 뿐입니다.
가끔씩 이 노래가 라디오나 TV 등에서 들려오면 저는 그 자리에 멈추고 맙니다. 1~3절까지 아직도 줄줄 따라 부를 수 있어서 흥얼거리기도 하지만 어느 한 부분도 제 마음을 후벼 파지 않는 데가 없습니다. 미혼모였던 시절이 있었을 리 없던 제가 왜 그렇게 이 노래를 좋아하고 흠송하게 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전 엄연히 남자이니 따지고 보면 이 노래와도 정서적으로 부합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But I made up my mind I’m keeping my baby.
어쩌면 이 노래의 전체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 번 반복되는 이 가사가 들릴 때쯤이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속에서 무슨 해방감 같은 게 끓어오르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생각만 해도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 늙어가는 남자가 이런 가벼운 노래에 마음이 흔들리고, 나이에도 맞지 않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곤 하니까요.
특별한 사연은 없지만, 전 이 노래를 제 영혼의 음악 중의 한 곡으로 추천합니다. 자, 이제 한 번 들어보십시오.
https://youtu.be/G333Is7VPOg?si=pGTYuC8H8OBB-lAH
영상 출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