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집 아르바이트생

인생은 알 수 없다

by 핑거래빗

8개월 가까이 사도우미 일을 했고,

어느 날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사유는 내가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혀

세 시간 하던 걸 두 시간으로 줄였으면

좋겠다고 하니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다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당한 거다.

나는 두 시간 안에 평소 하던 일들을 다 마쳤고,

후회 한 모금도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정말 처음엔 가기가 싫었다.

왜냐하면 정말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로

집안이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키우고 있던 개가

나만 보면 와서 자꾸 오줌을 쌌다.)

애초에 내가 그곳에 가게 된 이유가

한 가족을 수렁에서 건져내고 싶은

그런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었다.

내가 머물러 있는 동안

집안이 꽤 많이 정리가 되었고,

그곳을 조금이라도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일하는 내내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지만

타격감이 꽤 크게 느껴졌다.


아마도 마음까지 준 거 같다.


하루 동안은 심장이 좀 아프게

느껴졌다.

8개월 이상 얼굴을 보고 지냈는데,

문자 한 통으로 해고통보를 받으니

참 얄팍한 관계였구나 싶어서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도 악업을 쌓고 싶지는 않았다.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바란다고 했고,

그동안 넘치게 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안녕... 내 마음들은 거기에 놔두고 왔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서 나는

학교 공사로 도서관도 방학엔 쉬게 되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곤 이젠 뭘 하지?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왜냐하면 내년 2월 일본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길 거

같아서 너무 막막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한 약속들을 모두 지켜왔다.

나의 어린 왕자를 위해서는

뭐든지 다 할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장미인가?

그 장미를 내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지켜주고 싶고,

꽃 피우고 싶다.

그 맑은 눈을 지켜주고 싶다.


그렇다면 행동해야 할 때!


알바사이트를 뒤적이다 설거지 알바 공고를 보고서

갔는데 하루 만에 나오지 말라고 통보를 받기도 했고,

이곳저곳 다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그러다...





"그래, 잠시 쉴 시간인가 봐..."




짐을 쌌고, 마미한테 갔다.

마미랑 같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 먹었다.

밤하늘에 수없이 펼쳐진 별들을

아무 상념 없이 바라보고

잠자리에 누워서는 풀벌레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


'행복이 별 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모든 걸 내려놓고 있는데

우연히 올라온 알바공고를 봤다.

바로 옆 동네 꽈배기집에서 두 시간짜리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는 거다.


내가 원하던 두 시간짜리 일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베이킹이 만났다.

아직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을 걸 확인하고,

생각할 것도 없이 지원하기 버튼을 눌렀고,

하늘은 내 편을 들어주었다. 후훗!






현재 난 주말 오전에 두 시간씩

꽈배기 알바를 하고 있고,

평일에는 방학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나는 이 시간을 최대한 마음껏

누릴 것이다. 내 인생의 방학을!

(그런데 너무 재밌어서 세 시간도 하기로 했다.

아마도 집에서도 해야 하는 집안일을

또 해야 하니 그게 더 지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꽈배기와 크로켓 그리고 도넛과 핫도그를

만드는 일은 시간이 어떻게 가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다.)

평일 오전 알바를 하고 있는 분이 12월까지만

근무를 하게 돼서 1월부터는 평일에도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집과 가까워서 가능할 거

같다. 10월 중순경 학교도 개학을 하고

일본여행 전 까지는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마음이 들 때는

잠시 쉬어가는 것도

답이다.라는 것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하나씩 또 배운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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