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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알 Feb 05. 2024

도도새가 되고 싶진 않아

뒤처져가는 현대인의 넋두리

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샵에 키오스크가 늘어나고 식당에서조차 사람이 아닌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으로 주문을 받는다. 각종 공연 예매는 물론이거니와 테니스 코트와 같은 공공 체육시설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정해진 시간에 예약이 활성화되다 보니 젊은이들은 매크로를 돌리면서까지 원하는 티켓이나 코트를 예약한다. 매크로가 막혀있다 해도 손이 느린 사람들이 예약할 확률은 매우 낮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도 편해졌지만, 도태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  


한 번은 양양에서 급하게 서울로 돌아와야 했는데 그날따라 버스가 전부 매진이었다. 버스 예매를 위해 모바일 앱을 무한 새로고침하다 양양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좌석을 겨우 예매했다. 시간이 임박해 택시를 타고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짐을 한가득 들고 앞 차에서 내렸다. 다급하게 매표소로 향한 아주머니는 가장 빨리 출발하는 동서울행 티켓을 구매하려 했지만 이미 만석이었고, 그날 서울로 가는 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젊은이들처럼 인터넷 예매가 익숙하지 않은 중년층은 버스나 열차 예매조차도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언젠가 코로나가 주춤해질 무렵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백발의 할아버지 기사님을 만났다. 연세가 지긋하신데 카카오로 콜을 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대단하시다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기사님은, 본인의 친구들 중 자기만 카카오 택시로 콜을 받는다고 말씀하셨다. 카카오택시 안 하는 친구들은 요즘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손님 없어 울상이라며, 세상이 바뀌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열을 올려 말씀하셨다. 제법 아날로그 인간인 나는 그리 많지 않은 나이지만 벌써부터 할아버지의 친구분들처럼 시대를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레드퀸 효과, 또는 붉은 여왕 가설처럼, 우리는 열심히 앞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또한 빠르게 변화한다. 때문에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속도로 세상이 바뀌면 언젠가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 모두가 가상 세계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며 음식을 시켜 먹을 텐데 할머니가 된 나는 버추얼 시스템에 접속할 줄 몰라 굶는 일이 다반사가 되진 않을지.

  

최근 챗GPT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우리의 일상에 생기는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AI는 이미 챗봇의 형태로 기업의 고객센터를 잠식해 나가고 있고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미술이나, 작곡 등의 창작활동도 요즘 AI는 곧 잘한다. 자율 주행 무인 택시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 택시와 같은 SF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상상만 하던 세상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오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이 무섭지만 도태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 도태되어 멸종된 도도새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난 열심히 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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