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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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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Nov 23. 2024

대학은 논술 전형으로 어떤 아이들을 뽑으려고 하는가?

대다수는 실패한다!

재수생들 논술 수업이 끝났습니다. 보통 논술 수업을 하는 학생들은 수능을 잘 보지 못한 학생들입니다. 수능을 잘 봤다면 정시로 대학을 쓰지 논술을 도전하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논술로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술 수업을 해보면 많은 학생들이 재수나 3수를 했지만 그리 성적이 좋지 않아 논술이라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학생들을 가르치면 초등은 시험이 매우 쉽고 중등도 시험이 쉽다 보니 부모님들은 고등 이후의 자녀의 미래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초중등 학원들이 프로그램만 있어 보이게 하면 퇴원율도 적고 학원이 잘 운영되는 이유이지요. 


고등이나 재수생들을 가르치면 많은 아이들이 실패(?)합니다. 성적으로만 얘기하면요. 어쩌면 이것은 당연하지요. 상대평가이니 1~2등급 정도가 현재 11%이므로, 나머지 90%의 학생들은 인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을 못 들어가니까요. 논술로라도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마지막 끈을 놓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논술을 도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3~4등급 대가 많습니다. 당연히 3~4등급대 학생들은 실력이 부족하죠. 그러다 보니 논술 합격도 수능을 잘 본 아이들만 합격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대학에서는 우수한 아이들을 뽑고 싶고, 수능/내신/논술 등으로 우수한 아이들만 쏙쏙 뽑아갑니다. 


수리 논술 수업을 해보면 수능 수학 3~9등급 아이들은 합격이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수능 1~2등급 받은 아이들이 수리 논술을 잘합니다. 당연하겠죠.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이 수리 논술을 잘하는 것은요.


대학에서는 수학은 잘하지만 국어, 영어는 조금 부족한 아이들을 수리 논술로 뽑고 싶은 겁니다. 문과 수리 논술도 한양대의 경우 인문 논술 문제보다 수리 논술 문제가 2배 정도 비중이 높습니다. 문제도 문과임에도 꽤 어렵습니다. 결국 한양대는 상경이나 자유전공으로 뽑는 아이들을 논술 전형에서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를 뽑고 싶은 겁니다. 다른 과목은 조금 부족해도 수학을 제일 잘하고, 그다음 국어나 사회에 대한 소양을 어느 정도 가진 아이들을 뽑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결국 수능에서 수학 1~2등급은 받은 아이들이 한양대를 논술로 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한양대 논술을 지원하는 아이들은 수능 수학 3~4등급이 많아요. 수능을 그리 잘하지 않는데 수리 논술을 잘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실패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문 기사나 유튜브로 아주 극소수의 성공 사례만 듣고 있습니다. 학원들도 극소수의 성공 사례를 홍보하죠.


제가 작년에 목동에서 한양대 상경 계열 논술 합격자를 25%를 냈습니다. 한양대 상경은 수리 논술 비중이 높아 아이들이 수리 논술 때문에 합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25% 합격률은 엄청난 것입니다. 보통 1명 합격시킬까 말까 하거든요. 그런데 그 25%의 학생들이 제 기억에 수학을 꽤 잘했던 학생들로 기억합니다. 수능에서 수학은 1등급을 받았던 우수한 학생들이죠. 결국 논술도 우수한 아이들이 합격하게 되어 있습니다. 


고등부와 재수생들을 가르치면 대부분의 실패 사례를 보게 됩니다. 상위 10%를 제외하고는 좋은 대학을 못 가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결과죠. 초중등 부모님들은 상위 10%만 들어가는 인서울 중상위권대학을 내 자녀는 들어가겠지라는 희망을 대다수 가지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는 상대 평가가 아니라서 아이들의 백분위를 모르니까요. 


 그러나 실제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상위 10%에 들어가기는 매우 힘듭니다.


1. 성실하고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2. 공부머리가 있어서 이해력이 높고 머리가 좋아 보입니다.

3. 어렸을 때부터 누적된 학습량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내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고 성실하지 않다. 보통 고등 가면 4~5등급입니다. 예외는 없어요. 내 아이가 정말 열심히 하는데 공부머리가 부족한 것 같다. 3등급이 됩니다. 


가끔 공부머리가 있는 아이들이 중등이나 고등에 미친 듯이 공부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여기서 미친 듯이 공부한다는 의미는 마치 고시생같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시간을 투자한 채, 공부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경우는 수능에서 현역이나 재수, 3 수로 인서울 중상위권대학을 가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 중에서 고1 때 수학 4등급을 받은 아이를 고2 때 수학 1등급으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런 학생은 비밀이 있습니다.

 

1. 초등까지 영재원도 다니고 공부머리가 좋았다. 중등 사춘기를 겪으며 공부를 놓는다.

2. 고1 겨울방학부터 미친 듯이 공부한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은 다른 과목도 못한다. 수학만 미친 듯이 공부한다. 결국 고2에 수학은 1등급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과목은 여전히 못한다. 왜냐하면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 고3까지 1등급을 유지하느라고 수학만 공부한다. 다른 과목은 부족해서 수능으로 대학을 못 간다. 결국 재수를 한다.


누적된 학습량 부족으로 다른 과목은 여전히 성적이 좋지 않아, 수리 논술로 최저가 없거나 약한 대학을 써서 한양대를 붙는다. 


어렸을 때 우수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미친 듯이 수학만 공부해서 수학은 성적이 올랐지만 다른 과목은 여전히 못하죠. 이게 현실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뽑으려고 논술이 있는 것이죠. 수학/과학만 잘하면 영어/국어를 못해도 우리 대학은 당신을 뽑고 싶습니다. 인문 논술도 마찬가지예요. 수학은 조금 못해도 국어와 논술에 뛰어난 아이들을 우리 문과 대학은 뽑고 싶습니다. 


대학은 내신으로 성실하고 좋은 태도를 가진 아이들을 뽑고, 수능으로 늦게라도 열심히 공부한 공부머리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논술로 특정 과목만 잘하는 아이들을 뽑으려고 하는 겁니다. 


따라서 모두 못하는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수리 논술 수업을 할 때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을 대학은 뽑고 싶어 하는데, 대부분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이 수리 논술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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