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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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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Dec 07. 2024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딜레마

수포자가 없는 학교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열심히 안 한다. 열심히 안 해서 못하는지 못해서 열심히 안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못하는 아이들 중에 열심히 하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열심히 한다는 것의 정의는 보통 3등급을 기준으로 한다. 백분위로 상위 23% 안에 드는 아이들은, 교습자가 봤을 때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상위 23% 안에서는 공부머리, 누적된 학습량, 메타인지 능력 등이 서로 간의 차이를 만든다.


부모들은 수학을 못하면 아이가 공부 방법을 모르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따지는데, 객관적으로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일단 노력을 해서 3등급선은 진입해야 공부법의 문제나 다른 것을 논할 수가 있다. 


수학을 못하는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딜레마에 빠진다. 


물론 아이가 노력 부족과 의욕이 부족해서 그럴 수는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배운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지를 못한다. 단순히 집어넣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고 아니면 집어넣으려는 노력을 안 할 수도 있다. 가령,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들을 할 때는 잘하고 싶어서 그것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공략법은 쉽게 암기한다. 만약에 테러리스트가 부모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이것을 암기하라고 하면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도 필사적으로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할 것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지만, 이 아이들은 노력도 부족하고 학습한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의욕도 없다. 


그러다 보면 수학 선생님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일일이 암기시키고 확인하다 보면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잘 몰라도 진도를 빼다 보면 나중에 한 학기 과정을 다 모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아이들에게 개념 테스트를 보고 부족하면 누적해서 보고, 교재를 풀 때마다 오답 테스트, 단원 테스트를 보며 인출연습을 꾸준히 시키면, 매우 느린 속도지만 아이들은 머릿속에 저장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하다 보면 한 학기 과정을 나가는데 정말 1년이 걸리기도 한다. 1년이 걸리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학원 진도보다 학교 진도가 빨라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제는 학교가 선행, 학원이 복습의 형태가 된다. 심지어 학교 시험조차 준비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그래서 수학 선생님들은 확인하는 것을, 안 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개념서 한 권만 나간다. 다른 교재를 풀 여유 조차가 없는 것이다. 학교 진도에는 맞추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개념서조차도 아이들은 잘 못한다. 개념을 이해했다가 잊어먹어. 개념을 다시 복습하거나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렇게 해도 오답이 너무 많고 못 푸는 문제가 많다. 오답을 일일이 고치면 개념서 오답 5문제 고치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그렇다고 개념 테스트 등으로 개념을 정확히 아는 전략을 쓰면 소단원 개념테스트를 통과하는데만 2~3시간이 걸린다. 이 아이들은 배운 개념을 머릿속에 저장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오답을 고치는 것보다는 해설지 독해를 통해 이해한 것은 넘어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틀리는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 방법은 해설지를 보며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시키는 방법이다. 이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개념학습이 진행된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학교 내신 시험에 가까스로 맞춰서 진도를 나갈 수가 있다. 물론 아이들이 그렇게 진도를 나간다고 수학을 잘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못한다.


결국 정확히 알기 방법을 써도 대안이 없고, 개념서를 읽는 방식으로 진도를 빼도 대안이 없다. 이것이 아이들의 수준에 따라 초등, 중등, 고등에 벌어지는 일이다. 초중등을 무사히 넘겨도 40%는 고1 때 이런 식으로 수포자가 되며, 나머지 20%도 고2 때 이런 과정을 거쳐 수포자가 된다. 그래서 60%의 수포자가 만들어진다. 학교 내신과 수능은 수학을 포기하지 않은 40%의 싸움이 된다. 


노력도 안 하고 수학도 못하는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몇 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수포자 문제를 개인의 의지와 노력의 문제로만 떠넘길 수는 없다. 80년대도 고등학교 때 문과는 60명 중에 50명이 수포자였다. 


수포자를 인정하고 교육과정을 변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고등학교 수포자들도 초중등 수학은 어느 정도 한다.  안 되는 아이들은 지금의 고등 수학 교육 과정을 대폭 축소해서 배우게 해야 한다. 논리적 사고력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을 사는데 초등 수학까지 배우면 크게 어려움이 없다. 돈 계산, 거리, 속도, 기본 도형 등 초등 수학에서 다 해결된다. 


특성화 고등학교가 훨씬 많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수포자에 임박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서로 괴롭고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고등 수포자도 중등 수학까지는 어느 정도 해낼 수 있고, 중등 수포자도 초등 수학까지는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 


대학을 간다 해도 이공계를 제외한 웬만한 전공은 고1 과정의 수학 정도면 학업을 이수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특성화고를 가서 직업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 입시도 대학에 자율을 많이 줘야 한다. 대학 전공에서 수학이 그리 필요하지 않으면 억지로 수학을 시키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할 필요는 없다. 만약 고1 과정을 3년 동안 배운다면 고등에서 수포자는 대거 줄어들 것이다.  많은 인문계열 학과는 고1 과정만 이수해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학교부터 분화가 있어야 한다. 초등 수학도 어려운 아이들은 중학교부터 직업 교육을 받으며, 꼭 필요한 수학만 매우 천천히 학습해야 한다. 고등학교도 특성화고가 활성화되고, 일반고도 교육 과정이 분화되어야 한다. 고1 과정만 3년 내내 해도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학과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수학 양을 조절해 주면 수포자는 대거 줄어들 수 있다. 적은 양을 천천히 매우 쉽게 학습하면 수포자는 생기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이 미적분과 벡터를 배우기 위해 안 되는 수학을 붙잡고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관계가 좋았던 부모와 자녀가 나빠지는 시점이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며 학업 문제에 부딪칠 때다. 어차피 대학의 정원은 정해져 있고 상위권 대학과 연봉 높은 직장을 갈 수 있는 인원도 제한되어 있다. 상위 10% 안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아이들이 공부에만 매몰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다. 아이들은 청소년 시기 뛰어놀고 취미활동도 하며 지내야 한다. 안 되는 공부를 위해 모두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는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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