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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만든 세상의 사용 설명서 : 1편

인간은 ‘나’가 아니다 — 에고와 프로그램의 정체

1. 인간은 스스로를 ‘나’라고 부르지만, 그건 착각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생각한다”, “내가 화났다”, “내가 불안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나’는 실체가 없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반응의 묶음, 어릴 때부터 쌓인 감정 프로그램,

유전적 성향, 환경이 형성한 패턴의 합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반응의 집합체를 “나의 선택”이라고 착각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2. ‘고양이 비유’가 알려주는 인간의 본질

한 가지 비유를 해보자.

어떤 의식이 고양이 몸 안으로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자.
고양이는 본능적이고 감각적이며, 공포·경계·식욕·싸움·도망이라는 고양이만의 기본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의식이 그 몸에 들어갔다고 해서 고양이가 갑자기 철학적인 존재가 되지 않는다. 의식은 그저 고양이 프로그램이 일으키는 반응을 체험할 뿐이다. 인간도 똑같다. 몸에는 인간만의 프로그램이 있다.


상처를 끌어오는 기억 구조

서운함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신경계

인정욕구

결핍감

비교와 경쟁

버려질까 두려워하는 애착불안

자기 비난


이 모든 건 인간이라는 동물의 기본값이다. 의식은 그 프로그램을 ‘나’라고 오해할 뿐이다.



3. 결핍 관계에서 일어나는 고통도 프로그램의 반응이다

이걸 결핍이 강한 관계에서 보면 더 선명해진다.


예시 1 : 외도로 무너진 부부 관계

한쪽이 외도를 하면 다른 쪽은 ‘나’가 파괴된 것처럼 느낀다.
“왜 나를 선택하지 않았지?”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인가?”
“배신당했다”
이 감정들은 내가 만든 감정이 아니다. 버림받기 싫어하는 본능,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 결핍이 강한 애착 프로그램이 상황에 반응하며 자동으로 재생될 뿐이다. 의식은 그걸 체험할 뿐 그 감정을 “만든” 적은 없다.


예시 2 :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의 폭발

배우자, 연인, 가족, 직장 상사에게 무시를 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울컥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존중받고 싶다”는 육체와 기억의 반응 프로그램일 뿐 의식의 판단이 아니다.

우리는 그 반응을 ‘내 감정’이라고 믿지만, 사실 의식은 그저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을 보고 있을 뿐이다.



4. 불안, 분노, 상처… 이것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다

� 불안이 올라올 때

우리는 “내가 불안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신경계의 경보장치가 자동으로 켜졌을 뿐이다.


� 분노가 폭발할 때

“내가 화냈다”가 아니라 뇌 속에 저장된 “분노 알고리즘”이 실행된 것이다.


� 상처가 다시 떠오를 때

그건 내가 기억을 선택한 게 아니라 상황이 ‘기억 프로그램’을 자극한 것뿐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덜 자유롭고 생각보다 훨씬 더 “프로그래밍된 존재”다.



5. 고통은 내 잘못이 아니라 ‘초기값의 반응’이다

이걸 깨닫는 순간 한 가지 커다란 해방이 찾아온다.


고통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것도 아니다. 프로그램이 반응할 뿐이다.


이 사실을 진짜로 이해하면 나는 스스로를 덜 비난하게 되고, 타인을 덜 원망하게 되고, 감정을 덜 붙잡게 된다. 이게 바로 고통이 줄어드는 첫 번째 관문이다.



6. 인간의 비극은 ‘프로그램을 나라고 오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결핍, 불안, 외도, 상실, 분노, 두려움…
이 모든 인간적 고통은 프로그램을 ‘나’라고 착각하는 순간 증폭된다.


“내가 버려졌다”

“내가 부족하다”

“내가 실패했다”

“내가 당했다”


이런 문장들은 모두 착오다. 정확한 표현은 이거다.


“버려짐 프로그램이 반응했다”

“결핍 기억이 올라왔다”

“두려움 알고리즘이 작동했다”

“상처 패턴이 재생됐다”


이렇게 보면 내 존재는 고통과 분리되고 고통은 훨씬 약해진다.



7. 이 시점에서 ‘깨달음’의 첫 단추가 꿰어진다

깨달음은 복잡한 수행이 아니다. 해탈의 단계도 아니다.


첫 번째 진실은 아주 단순하다.


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는 의식이다.


이걸 이해하면 반응의 세상에서 관찰의 세상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이 의식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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