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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삭제 Jan 28. 2024

축제.1

축제의 서막

소심하지만 적극적이었던 나.

안산에서 전학 온 도전적이고 적극적이기까지 한 안산댁.

서태지를 좋아하고 함께하는 모든 일에 불평 없이 따라주는 배려심의 소유자 태지마누라.

셋이 같이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었다.

그 열정이 눈부시게 빛난 사건이 학교 축제였다.

10월이면 우리 학교는 2박 3일의 기간 동안 축제가 이어진다. 우리 학교 축제는 지역에서도 소문나 다른 학교 아이들도 구경을 많이 왔다. 그랬기에 축제 기간에 전시하는 작품 준비과정도 철저했고,  마지막 날 하는 공연도 완벽해야 했기에 연습 과정도 길었다.


수업 중에도 축제 때 무대에 올릴 공연에 참가하는 아이들은 공공연하게 연습을 하러 갔다. 축제의 의미보다 수업에 빠질 수 있는 핑곗거리가 우리들의 부러움을 자극했다.


2학년이 된 우리는 합법적으로 수업을 땡땡이칠 수 있는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똘똘 뭉치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타고난 두뇌로, 불시에 번쩍하고 떠올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천재성은 없었다.  하지만 셋이 함께라면 용기는 세배가 되어 겁 없이 덤벼들 수 있었다. 우리 셋은 머리를 맞대고 세탁기가 옷감을 탈수하듯 아이디어를 쫙쫙 짜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처음 덤벼든 일이라, 극적인 순간처럼 기발함이 스치지 않았다.


그러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리는 지난여름 '별밤캠프'에서 어느 도시의 아이들이 장기 자랑으로 선보인 짤막한 콩트에서 아이디어를 빌어, 우리 것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지역특색에 맞게 살을 보태고 뺄 건 빼서 다듬었다. 5분 남짓하던 콩트를 10분이 넘어가게 쫙쫙 늘리는데 성공했다.

그런 우리의 열정은, 합법적인 수업 땡땡이를 얼마나 간절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지를 증명했다.

그렇게 열과 성의를 다해 쥐어짜며 만든 결과물이 담긴 연습장을 들고 당당하게 교무실 문을 열었다.

"쌤요, 축제 때 공연할 연극 써왓어예! 우덜도 공연하게 해주이소!"

우리의 무모한 용기는, 그해 축제의 한 획을 그을 전에 없던 공연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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