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억삭제 Aug 03. 2023

돈가스. 1

전화위복

위기를 극복하면 새로운 기회가 온다.

 

장사를 잘하던 건물 주인의 요구를 맞춰주지 못해 다른 동네로 이사를 했었다.


다른 동네로 가서 같은 업종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던 그 시기가 엄마 아빠에게도 위기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날 것인지, 다시 한번 털고 일어나는 모험을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서 무리하더라도 결국 다시 이사를 결정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우리 가족은 기존의 동네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빈 년만에 다시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그때는 맞지 않았던 우연이 시간의 틈을 두고 맞아떨어져서 일 것이다.


힘들게 구할 때는 없었는데 몇 개월이 지나자 마침 급작스러운 사정으로 넘기는 가게가 있었다. 리고 안쪽엔 주택이 연결된 구조라 살림까지 같이 할 수 있어 우리 가족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네 아이를 돌보며 장사를 해야 했기에 살림집이 딸린 구조는 엄마 아빠의 결정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인수한 곳은 ‘삼별초밥’이란 상호를 걸고 초밥과 회, 돈가스까지 파는 일식 전문 가게였다.

 

한식 쪽만 전문적으로 한 엄마 아빠는 잠깐의 고민에 빠졌다. 익숙함을 따를 것인지 새로움을 받아들일 것인지. 그러나 그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업종을 바꾸기엔 주위 한식을 메뉴로 내건 식당들이 많았다. 좋은 평으로 유지를 하던 가게를 상호 그대로 이어받기로 했다.


일식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기존에 일하던 주방장이 남아서 일식 요리와 돈가스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조건이 내걸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외식으로 인기 있던 메뉴가 돈가스였다. 시내까지 나가서 유명식당의 돈가스를 먹고 온 날이면 취향에 따란 잘난 척 들도 다양했다.

 

"수프는 숟가락을 이렇게 잡아서, 안에서 바깥으로 스~윽~ 하고, 떠먹어야 품위 있어 보이지."


"후추를 뿌려 먹으면 수프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때문에, 톡톡 두 번 뿌려 주는 건 기본인 거 알지?"


"고기는 한 번에 다 썰어놓고 먹는 건, 못 먹어 본 애들이나 하는 촌스러운 행동이야."

 

"같이 나온 밥을 숟가락으로 먹는다는 건, 손이 세 개가 아닌 이상 할 짓이 아니지! 포크로 밥을 꾹꾹 눌러 서로 안 떨어지게 해서 먹어야 하는 거라고."

 

1990년 당시 아이들에겐 부의 상징과도 같은 외식 메뉴가 돈가스였다.

 

돈가스를 잘만 배워 맛있게 하면 굳이 시내 유명한 식당을 찾아갈 필요가 없을 거라는 엄마의 기대감은 상승했고, 아빠 역시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삼자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가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