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졸업 후 나의 첫 번째 커리어
2009년,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하며 전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로 우리의 일상 속 많은 것들이 스마트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덧 스마트폰은 우리 삶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2009년과 비교하면 스마트폰은 기능적으로 향상되었을 뿐, 근본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나는 스마트폰의 차세대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phone'대신 다른 용어로 지칭하는게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기존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에 “애플 인텔리전스”, “메타의 Next generation glasses”, “갤럭시 AI”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어떤 기업이나 산업도 언제까지나 잘나갈 수만은 없다. 그래서 특히 공학을 전공한 내게는 미래를 내다보고 커리어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설령 그것이 내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를 선택해야 할지라도 말이다.
나는 “AI가 탑재된 스마트폰”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고, 졸업 후 그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이 목표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도 스마트 디바이스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 필요했다.
국내에서는 결국 삼성전자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갤럭시 같은 스마트폰에 On-device AI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이게 참 유망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삼성전자 DX 부문 소속 연구소인 '삼성리서치(Samsung Research)'에 졸업 후 정규직으로 입사하기로 했다. 입사 후에는 MX사업부와 연계하여 갤럭시에 탑재되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만들 계획이다.
입사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 Job-talk (20분)
• 실무면접 (1시간)
• 임원면접 1 (1시간)
• 임원면접 2 (1시간)
• HR 면접 (1시간)
• 레퍼런스 체크 (지도교수님 및 동료 추천서 제출)
• 코딩 테스트 (3시간)
• AI 도메인 역량 평가 (3시간)
이런 순서로 진행됐는데, 도중에 네이버 인턴으로 일하면서 코딩 테스트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코테는 여러 번 떨어진 끝에, 인턴을 마치고 나서야 겨우 통과했다. 솔직히 “코테 벽을 넘지 못해 삼성리서치에 입사하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다행히 최종 합격하여 25년 3월에 입사 예정이다. 지금은 박사 디펜스를 마치고 잠시 여유로운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내가 지금 만 30살인데, 돌이켜보면 그동안 휴학 한 번 없이 정말 열심히 달려오기만 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한가로운 시절은 처음인 것 같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게된 계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이다..) 이 시간을 통해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대비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도 향후에는 삼성리서치와 관련된 글을 자주 쓰지 않을 것 같다. 몸담게 될 회사이다 보니 조심스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언젠가는 다른 방식으로나마 공유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