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쪼~금 긴 메모 8

단 한 방의 기적

by 김현정

엄마가 글을 쓰다 보니까, 아무래도 작가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돼.

나나 그들은 아직 무명작가들이라 그런지,

“내 대표작 하나로 유명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참 자주 하게 되더라.


어느 날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어.

“난 제대로 된 거 한 편만 쓰고 싶어.

하나로 끝. 멋지게. 그게 진짜 작가지.”


엄마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예술가들이 흔히 빠지는 환상, 엄마도 거기에 빠져 있었거든.

“나도『백 년의 고독』 같은 작품 하나만 쓰면 된다.”

“『앵무새 죽이기』처럼 단 한 편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한동안은 단 한 방의 기적을 기다리며 글을 썼지.

글을 쓰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멈췄어.


“이건 아니야. 이렇게 써선 안 돼.”


왜 그랬을까?

내 글은 잘 못 써도, 보는 눈은 있었거든.

어떻게 써야 한다는 이론적 지식도 있었고.

그런데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더라.


결국 엄마는 글 한 줄도 끝까지 못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단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말이지.

엄마가 부러워하던 그 작가들조차,

단 한 작품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마르케스는 『백 년의 고독』을 쓰기 전까지 10년 넘게 습작과 단편을 썼고,

하퍼 리조차 『앵무새 죽이기』 이후 수많은 미완성 원고를 남겼더라고.

게다가 그 한 권조차도 수십 번의 개고 끝에 완성된 거라더라.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엄마는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지.


“개똥 같은 글이라도 일단 쓰자.”

“초고는 90%가 버려진다잖아.”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매일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어.


힘을 빼고, 완벽을 포기하고, 부족한 채로 써나갔지.


그랬더니 조금씩 변화가 생기더라.

우선 초고가 생기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생각하고 고쳐 쓰고, 또 고치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까, 어느새 글쓰기 근육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렇게 한 편, 또 한 편…

엄마의 동화들이 만들어지더라.

이제 엄마는 믿어.


한 방은 없지만,

한 편 한 편 쌓아가는 내가 결국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지금도,

엄마는 오늘 쓸 글을 열어.

아무도 읽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글을,

조용히, 묵묵히 써나가고 있단다.



#한방의기적#지속력#노력#성공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03화아들에게 보내는 쪼~금 긴 메모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