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쪼~금 긴 메모 22

용돈 선생

by 김현정

현수는 손에 꼭 쥔 만 원을 들고 고민했다.

단체 티셔츠 값을 내야 하는데, 눈앞에 반짝이는 피젯스피너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조금만... 딱 이번 한 번만...'

현수는 결국 피젯스피너를 사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수야, 단체 티셔츠 돈은?"


충동구매로 소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현수는 결국 할머니께 사실을 털어놓았다.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돈을 빌려줄 순 있다. 하지만 기한 안에 갚아야 한다. 약속이니까."

현수는 열심히 방법을 찾아 나섰다.

엄마 심부름, 집안일 알바, 아끼던 피젯스피너 벼룩시장 판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실수도 많고, 예상치 못한 일도 생겼다.

결국, 할머니의 반려견 ‘짱이’ 산책을 맡았던 현수는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짱이를 놓치고 말았다!

현수는 단짝 친구 기철이와 동네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짱아! 어디 있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부르던 순간,

할머니 집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짱이를 발견했다.

현수는 안도하며 짱이를 꼭 안았다.


- 『초등 문해력을 부탁해』 중 《용돈선생》 -



엄마가 동화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잔소리 대신 이야기로 너와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이제 너는 어른이 되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너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단다.

그래서 앞으로 하나씩, 엄마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주제들을 꺼내어

이야기해보려고 해.


이번에 들려준 이야기는 『용돈 선생』이라는 단편 동화를 압축한 거야.

이 동화를 읽어보면,

엄마가 너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넌 이제 어른이니까.


이야기 속 할머니 캐릭터는 사실, 엄마 자신이야.

할머니는 손자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주지 않아.

오히려 만 원을 꼭 갚아야 한다며 손자를 밀어붙이지.


엄마가 이런 할머니 캐릭터를 만든 이유는,

약속과 신용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너와 어린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여기서 엄마가 이야기 하나를 덧붙이고 싶어.

혹시 궁금하지 않니?

왜 '약속'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려고 하면서 굳이 '돈'이라는 소재를 꺼냈는지.


동화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일이야.

엄마는 ‘동화는 결국 아이들에게 질문을 건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그 질문이 자연스럽게 '주제'라는 형식으로 드러나는 거고.


질문이 없다면, 동화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지는 않아.


'약속'이라는 질문을 꺼내기 위해,

엄마는 아이들이 매일 접하는 '용돈'이라는 구체적인 소재를 선택했어.


주제는 마음속 질문이고,

소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도구라고 생각해.


엄마가 '용돈'을 선택한 이유도 그래서야.

추상적인 교훈 대신,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실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약속의 의미를 느끼게 하고 싶었거든.


엄마가 어릴 때는 어린이는 순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

어린이가 돈 이야기를 꺼내는 걸 꺼려했지.

돈은 몰라도 되고, 필요하면 어른들이 다 해결해줘야 한다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


어린이도 어릴 때부터 삶의 원칙과 선택의 의미를 배워야 해.

그래서 '돈'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빌려

아이들과 함께 약속과 신용이라는 큰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이제 어른이 된 너와는,

조금 더 깊은 돈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돈은 단순히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야.

그 숫자 하나하나에는

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약속을 지켰는지가 담겨 있어.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살 때,

친구와 약속한 회비를 낼 때,

미래를 위해 적금을 넣을 때,

모두 네가 스스로 내린 '작은 선택'의 결과야.

그렇게 쌓이는 선택들은

네 안에 고스란히 남아,

네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하나씩 쌓아가는 거지.

그래서 돈을 다루는 건,

'내가 지금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을까?'

'내가 지키고 싶은 약속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기도 해.


그래서 엄마는 네가 어디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지 궁금하기도 해.

돈을 소비하는 행위는 네가 네 삶과 맺은 약속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니까.


편하게 쓰는 돈, 고민하며 아끼는 돈,

모아두는 돈, 기꺼이 베푸는 돈,

그 모든 선택 속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하는

마음의 답이 숨어 있다고 생각해.


또한, 돈을 다루는 일은 결국,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과 맺은 약속을 매일매일 지켜나가는 일인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네가 앞으로

돈을 소비하는 작은 선택들 속에서 너와의 약속을 소중히 지키며

너다운 삶을 만들어 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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