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 간장 조림 만들기
주말에 여기저기 다녀오느라 무리를 했더니 피로가 쌓여 힘이 없었다. 해야 되는 빨래, 요리 모두 미뤄두고 일단 누워 쉬었다. 계속 쉬고 싶지만 어김없이 밥시간은 돌아온다. 대충 반찬 꺼내서 밥을 먹으려다가 구석에 있는 연근이 보였다. 하얗던 연근이 어느새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내일 해야지, 또 다음 날 해야지, 하고 벌써 며칠을 묵혀둔 연근이었다. 또 미루면 연근을 버려야 할 것이다. 점점 갈변하는 연근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조림을 하기로 하고 연근을 꺼내면서 고추도 꺼냈다. 연근만 조려도 되지만 매콤하게 먹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고추 역시 물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사용해야 했다. 재료가 시들어가는 걸 보면 몸이 움직인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요리를 하게 만든다. 버리는 건 더 속상하니까 피곤하고 상황이 어찌됐든 뭐라도 만들게 된다.
연근은 손질된 거라 물에만 헹궜다. 물을 끓인 후 식초를 한 큰 술 넣은 후에 5분 정도 연근을 익혔다. 그리고 다시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연근의 물기가 빠지는 동안 고추를 썬다. 고추는 청고추, 홍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 등 취향대로 넣으면 된다. 빨간 고추는 색감을 위해서 넣는 걸 추천한다. 고추가 없다면 크러쉬드페퍼를 넣어도 좋다. 양념소스는 진간장, 꿀, 고춧가루, 물을 약간 넣고 만들었다.
오일을 두른 팬에 물기를 뺀 연근을 볶다가 양념소스를 넣고 불을 줄여 한소끔 끓인다. 썰어둔 고추를 넣고 국물이 자작하게 남았을 때 불을 끄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마무리하면 된다. 연근의 아삭한 식감이 좋아서 살짝만 익혔다.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물을 조금 더 붓고 약불에서 뭉근하게 익혀주면 된다.
늘 쫀득하고 부드러운 연근조림만 먹다가 아삭한 연근조림을 먹으니 색달랐다. 짜지 않게 만들어서 몇 개씩 집어 먹어도 부담이 없었다. 중간중간 씹히는 고추도 풍미를 더해줘서 맛있게 먹었다.
연근 미션을 클리어하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냉장고 다른 쪽에 반쯤 남은 곤약이 보인다. 어묵탕을 끓여 먹고 남은 것인데 포장지를 뜯어서 빨리 먹어야 한다. 요리를 할수록 재료는 남고, 재료를 버리지 않으려면 또 요리를 해야 한다. 요리지옥에 빠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