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터진 김밥과 헤맨 날을 기억하자
요즘 일정이나 할 일을 자꾸 잊어버린다. 전해줘야 할 물건을 두고 가기도 하고 다음날 일정 시간을 착각하는 것도 여러 번, 아예 깜박한 적도 있었다. 메모를 해두지만 메모 한 자체도 까먹는다. 어제도 운동을 가야 하는데 넋 놓고 있다가 번쩍 정신이 들어 뛰어갔고 오늘은 전해줘야 할 노트북을 두고 나왔다.
'왜 이러는 걸까.' 집에 돌아와 씻으면서 계속 나 자신을 나무랐다. 어쨌든 밥은 먹어야 하니 씻고 부엌으로 갔다. 오늘 메뉴는 김밥이다. 원래 달에 한 번 정도 먹는데 이번 달에는 두 번째다. 엄마가 요즘 시금치가 맛있다고 무쳐주신 덕분에 계란, 당근, 어묵을 후딱 조리해 두었다. 뜨거운 밥을 대충 식혀 식초, 참기름, 소금으로 간을 하고 김 위에 고르게 편 다음, 재료를 하나씩 올려 말았다. 그런데 말다 보니 이상했다. 까맣게 쌓여 있어야 할 김밥 겉면에 하얀색 밥이 듬성듬성 보이는 것이다. 어떤 부분은 김이 아예 없었다. 김밥이 터진 것이다.
그래도 먹어야 하니 조심해서 잘랐다. 자를수록 계속 술술 풀어지는 김밥. 조금만 터졌으면 그 부분을 피해서 자르면 되는데 면적이 너무 넓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 자르고 수습하자 싶었다. 특히 가운데 부분은 김이 날아가서? 자꾸만 벌어졌다. 대충 모아서 접시에 올렸다.
김밥이 왜 실패했는지 생각해 보니 먼저 밥 온도가 문제였다. 너무 뜨거워서 김 위에 밥을 올리자마자 찢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은 밥 양이 문제였다. 급하게 만든다고 밥을 많이 넣었는데 재료까지 가득 넣어서 고정하는 힘이 부족했다. 평소 주의하는 부분인데도 놓친 것이다.
실패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성장한다고 한다. 요 며칠간의 실수와 헤맨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앞으로 잘하면 된다. 중요한 일정은 반드시 알람을 맞추고, 김밥은 반드시 한 김 식힌 밥을 적당히 넣고 말자. 잊어버린 순간과 옆구리 터진 김밥을 기억하며 나아지면 된다! 김밥은 조심히 집어 한 입에 넣고 맛있게 잘 먹었다. 배가 든든하게 채워지니 다시 잘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일단 내일 김밥부터 다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