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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pr 23. 2024

인도에서 화상통화로 함께 한 엄마 칠순파티

진정한 효도란


엄마의 칠순이 저번 주 토요일이었다. 아직도 엄마는 아빠와 가게를 운영하신다. 그래서 늘 바쁘셔서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하시는데  그것이 마음에 많이 걸렸었다. 마침 엄마 생신이 토요일이었고 여행을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이 기회다 싶어 엄마의 고향인 충주 단양에 좋은 펜션을 예약해 드렸다. 해외에 있으니 함께 여행을 못 가서 아쉽지만 동생네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고심 끝에 펜션을 알아보고 미리 예약했는데 여행하는 그날이 되기까지 얼마나 내 마음이 설레었는지 모르겠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실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했다.


인도에 와서는 한국과 거리도 멀고 시차도 있다 보니 더 부모님이 그립다. 사실 일본에 있을 때도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은 맞지만 언제든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까지 부모님의 대한 마음이 그리움에 사무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해외에 전화를 거는 것이 예전처럼 어렵지 않아서 언제든 통화할 수 있고 또 화상통화로 얼굴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화상통화로 저녁식사 하실 때 참여했는데 마치 옆에서 함께 엄마의 생신을 축하해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그나마 조금 덜 죄송했다. 우리도 한국시간 7시쯤에 맞추어 오랜만에 근처 리쿼샵에서 한국소주도 사 오고 어묵탕과 전도 만들어 엄마의 생신을 축하해 드렸다. 아이들과 생신 축하 노래도 불러드리며 촛불도 함께 끈 뒤 며칠 전 준비했던 편지를 서프라이즈로 읽어드렸다



늘 보고 싶고 그리운 엄마....


 너무 눈물이 나서 몇 번이고 도중에 읽다 멈췄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지막까지 다 읽어드렸고 나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전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철없던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 부모님의 한없이 주기만 하는 큰 사랑과 그 안에 담긴 희생이 얼마나 눈부신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자꾸 흘러만 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사실 아이들이 크는 것만 생각했지 부모님께서 한해 한해 늙어가시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님이 아직 젊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이 엄마 칠순이라는 말에 한동안 멍하고 가슴이 시렸는지 모르겠다. 동생이 1박 2일 동안 함께 해드리면서 사진을 많이 보내주었는데 사진 속에 부모님이 너무 행복해 보이셔서 뿌듯하고 기뻤다. 그리고 남편과 다짐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더 많이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아이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점점 갖고 싶어 할 만큼 컸고 나이 드실수록 부모님은 자식들과 시간을 점점 함께 보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만 바라보며 부모님과의 시간은 미뤘었다. 부모님과 얼마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 이별을 하고 난 뒤 가슴 치며 후회를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기에 건강하게 살아 계실 때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쑥스러워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그 말들을 꺼내야 한다.



엄마의 생신파티를 하고 어떤 용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없이 어렵기만 했던 시부모님께도 신랑과 나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어 바로 전화를 드렸다. 강릉분들이라 표현을 잘하지 못하시고 또 애정 표현에 쑥스러워하시지만 용기 내어 우리의 마음을 전해드렸다. 결혼하고 15년 만에 처음으로...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깊이 사랑합니다...


남편이 마음속에서 꺼내지 못했던 말들과 시부모님이 어려워 말하지 못했던 며느리의 마음을 합해서 숨겨뒀던 속마음을 꺼내놓았는데 정말 고마워하시는 것이 목소리만으로도 전해졌다. 감동받으신 것 같은 시부모님의 가느다란 숨소리에 가슴이 벅차며 마음이 후련했다. 이제라도 신랑과 나의 마음을 늦지 않게 전할 수 있어서


어른들께 효도를 생각하면 뭔가 대단한 선물을 해드리거나, 해외여행 등 고가의 선물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효도는‘ 내 시간을 내어 드리는 일’이며 마음을 더 늦기 전에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해외에 있으면서 철이 더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좋은 곳도 많이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훗날 후회 없이 그렇게 거창할 것도 없는 나의 시간을 내어드리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은 부모님!!

꼭 한국 돌아가서 효도할 테니 부디 건강하게 오래도록 저희랑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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