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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y 02. 2024

마음에도 온도가 있다.

마음과 마음사이에 전해지는 따뜻함

사실 인도에 와서 외로움이 부쩍 커졌다. 물론 한국과의 거리도 멀고 시차도 있기 때문에 그냥 내 마음이 그런 것이겠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 지인들과 멀어진 것 같아 슬퍼질 때가 있는데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사는 곳 뭄바이에는 델리나 첸나이처럼 한국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같은 아파트에 우연히 한국 가족이 한가족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이 그리운 이곳 인도에서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뭄바이에 계신 지 4년 이상 되신 분들이라 많은 것을 도움받고 있고 게다가 너무나 운이 좋겠도 아이들도 같은 나이대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4년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우리가 처음 인도생활을 시작한 때에 한국으로 귀임할 예정이셨다고 하는데 2년이 갑자기 연장되었다고.. 운명일까??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에겐 그만큼 힘든 인도생활에 함께 공감할 한국분이 절실했다. 물론 그분들 상황이 지금 우리 상황과는 다르지만 내 생각을 자유롭게 한국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고 해야 할까..




이곳 인도는 분명 우리 가족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곳이지만 몇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일본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 일본어 공부는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존영어까지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늘 사람을 만나면 마음의 긴장을 가지고 있다. 놀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아이들한테 좋은 기회인가?? 나도 학생 때가 공부하기 제일 좋다는 어른들의 말을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배움도 다 때가 있다는 옛말이 하나 틀린 것이 없다. 왜 이렇게 외웠던 단어도 말을 하려 하면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지..... 기본적인 영어만 잘했어도 인도의 생활이 편했을 것 같은데 하면서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되지만 다시 마음을 바꿔 지금이라도 이렇게 배워야 하는 절실한 환경에 놓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역시 어떤 일이든 절실함 없이는 꾸준히 이어가기가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의 나처럼...

매일 새벽에 일어나 언어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도 절실함일 것이다. 꼭 해내고 싶다는.



고된 생활 속에서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힐링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분이랑 이야기할 때이다. 차를 마시든 밥을 먹던 장소가 어디인지는 상관없다. 그냥 내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또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좋으니까. 한국에서 친분을 쌓은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그런 감정인 것 같다.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된다.


주재원으로 인도에 나오게 되면 아이들 학교 휴일에 맞추어서 여행을 많이 가는데 봄방학에 우리는 몰디브로 떠났고 그 가족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 봄방학 일주일에 맞추어서 간 것이었는데 아이들 학교가 다르다 보니 방학이 서로 달라 우리가 먼저 다녀오고 그 가족이 그다음에 다녀왔는데 여행은 즐거우나 여행이 끝나고 집에 오면 특히 엄마들은 녹초가 된다. 밀린 빨래와 정리, 또 그동안 해놓은 반찬도 없고 외식할 곳도 마땅히 없기에 먹는 것이 젤로 걱정이다. 나도 여행 후 며칠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누가 밥만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 줄곧 들었는데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주말에 오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족을 위해 새벽부터 정성스레 반찬을 준비했다. 당연히 한식이 너무 그리워지는 인도기에 닭볶음탕, 무생채, 김치전, 식혜를 만들어 문 앞에 걸어두었다. 무언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음식을 만들면서 너무너무 행복했다.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마음과 마음 사이가 있다. 그건 분명 말이 잘 통하던 통하지 않던 상관없이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같은 점이 하나도 없어도 느낄 수 있는 따뜻함.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달한다는 것은 내가 더 행복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받을 때보다 어쩌면 주는 쪽이 더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심은 늘 통하게 되어있으니까. 인도에 있을 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이곳에서 알게 된 소중한 인연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싶다.


훗날 누군가 인도도 덕분에 참 살만했구나란 생각이 든다면 행복할 것 같다. 나 역시도 함께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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