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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y 28. 2024

한잔의 커피에 담긴 열정과 따뜻한 위로

인도 스타벅스 이야기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나면 나는 어김없이 스타벅스로 향한다. 공부할 것들과 책을 잔뜩 챙겨 오지만 생각만큼 많은 것을 하진 못해도 이곳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나의 유일한 힐링장소 스타벅스. 인도 스타벅스의 단골손님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도시락과의 전쟁과 함께 치러지는 바쁜 아침 일상을 다 마무리하고 이곳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는 순간 천국이 있다면 이곳이겠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하다. 처음엔 아메리카의 가격이 한국과 비슷한 것에 놀랐다. 인도의 물가가 무척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물론 길거리 자판에서 짜이와 커피가격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저렴하기에 커피에서도 빈부격자를 많이 느낀다. 스타벅스가 있어도 평생 와보지 못하는 인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인도의 발이라 불리는 택시 같은 세발 자동차의 릭샤의 기본요금이 400인 것에 비해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가 한잔에 4360원 정도이니까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도인들이 선뜻 이곳에 와서 커피 한잔 먹기는 쉬운 일이 아닐 듯. 나는 이곳 인도에서 일상에서 묻어나는 빈부격차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더욱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진 않아도 부족함 없는 나의 일상의 감사함을 느낀다.  




 인도의 스타벅스에는 따뜻함이 있다. 내가 이곳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의 커피스타일을 기억해 주고 같은 커피를 내주며 미소 짓는 점원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 유창하게 영어를 말할 수 있었다면     Thank you so much 외에 더 근사한 표현을 말했을 텐데 무척 아쉬웠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곧 다른 영어표현을 공부해 점원에게 이야기해 줘야겠다는 목표로 바뀌었고 그것은 또 영어공부의 열정으로 이어졌다.  


한국에 있을 땐 스타벅스가 있음에 이렇게 감사한 적이 있었을까. 역시 무엇이든 넘치게 있다면 당연하게 여겨지며 감사함은 사라지게 된다. 난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인도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에 감사하며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듯이 요즘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넘치게 받고 있다. 그래서 참을성이 없고 무엇이 감사한지 잘 모른다. 내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절실함도 또 내가 지금 가진 것의 감사함도 모두 어쩌면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내가 어느 정도 영어를 조금이라도 했다면 영어공부의 대한 절실함은 없었을 것이고 인도에서 갈 곳이 많았다면 스타벅스의 감사함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무 넘치게 주고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이 낫다는 것을 알지만 솔직히 아이들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해주고 나서 곧 후회를 한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버릇이 없지 왜 이렇게 감사함이 없지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을까 이건 곧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고 부모인 나의 문제이다. 늘 고민이 된다. 아이들을 위한다고 한 일이 지금 아이들을 잘못되게 하는 건 아닐지.... 인도에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이 길이 맞을까 고민이 된다. 자식을 키우는데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정답은 없기에 나는 오늘도 스타벅스에서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글을 쓰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며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고민되는 일상을 글로 써보면서 조금은 요동쳤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스타벅스에서 찾는 나만의 시간은 한잔의 커피에 담긴 열정이자 한잔의 커피가 만드는 변화이고 따뜻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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