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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un 11. 2024

홍초 때문에 일어난 신맛 나는 싸움

자기 연민이 부른 갈등

나는 다른 사람을 챙겨주는 일을 잘하고 좋아한다.

누군가 나로 인해 감동받거나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쩌면 나의 큰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챙김이 때론 나를 옭아맬 때도 있다. 오늘만 해도 여느 때처럼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홍초를 타서 남편과 같이 마시려는 순간 왜 나만 챙겨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며 짜증이 밀려왔다.


“나도 가끔은 홍초를 누가 타서 줬으면 좋겠다.”

“ 넌 그게 문제야 해주고 생색내는 거 아무나 타면 어때 내가 그럼 네가 언제 먹을까 그것만 지켜보고 있다가 타줘야 하니...? “


아.... 참 별것도 아닌 일에 싸우고 말았다. 사실 홍초 타는 게 힘든 건 아닌데 왜 그 순간 또 짜증이 났을까.... 남편의 마지막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뭐든 해주고 대가를 바라면 안 해주는 것이 낫다는 그 말이 비수가 돼서 내 마음속 깊숙이 박힌다. 그렇다. 해주고 생색낼 거면 안 해주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물론 내가 해주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가끔 가족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온다. 그러곤 아직도 나는 미성숙한 어른인가 보다며 그런 나를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다만 그 이기심을 들어내느냐 안 들어내느냐 그 차이가 아닐까.... 정말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을까.... 요즘은 자주 현타가 온다. 많은 것을 챙겨주고 난 뒤 내가 그토록 남편과 아이들에게서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인정? 감사함? 한마디의 따뜻한 말?


국제학교는 벌써 방학을 해서 한국가족분들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아이들을 일본학교에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만 지금 여기 뭄바이에 남아있다. 게다가 뭄바이는 우기가 찾아와서 계속 비가 내린다. 아마 외로움 때문에 더 나의 감정이 올라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국분들이 다들 떠나니 텅 빈 느낌이 들며 더욱 한국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가족을 돌보고 챙기는 것이 당연한 나는 아내이자 엄마지만 사실 나도 가끔은 챙김을 받고 싶다. 나의 부모님이 날 챙겨주셨듯이~



챙김과 챙겨줌의 사이 어디에서 방황하는 나는 어쩌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아름다운 베풂과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잘했으니까 날 좋아해 줘야 해.라고 상대방에게 무언의 요구를 하는 것과 같다. 결국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건 ‘내가 잘해주고 싶은 것’이고 누군가를 믿는 것도‘ 내가 믿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내가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나와 같은 인격체고 서로가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은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온전히 나를 채워주지 못하며 내 뜻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관계도 멀어지게 될 것이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은 결국 자기 연민에 빠진 이기적인 존재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은 나에 대해 고백한 일기이다.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은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며 난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지만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짜증은 곧 자기 연민이 되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답을 알고 있고 그 답은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잠시나마 연민에 빠져 있던 나는 이렇게 생각을 글로 쓰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자기 연민이 희미해짐을 느낀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며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글을 쓰는 시간이기에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살아온 방법들과 선택들은 오롯이 나의 경험, 기억 그리고 인생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현재다. 다시 시작하자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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