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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Sep 24. 2024

인도에서 내 생일을 맞이할 줄이야!

인생은 예측불가


작년에 일본에서 혼자 쓸쓸히 생일을 맞이했었는데 이번엔 인도에서 2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느새 내 나이가 40이 훨씬 넘었다니.... 열심히 살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인도에서 생일을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작년엔 남편이 혼자 인도에 나와있는 바람에 일본에서 아이들하고만 맞이하게 된 생일보다 특별했고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남편이 슬며시 나에게 건네준 손편지의 따뜻한 온기가 온몸 가득히 퍼졌다. 인도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어 고맙고 대단하다며 그 마음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담아 써 내려간 글자 속에서 낯설고 힘들었던 그동안의 인도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1년 정도 되어가는 인도생활에서 단 하루도 허투루 살았던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의 도시락을 정성껏 만들었고 새벽 운동을 매일 했으며 일본어에 영어공부까지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조금씩 성장하는 엄마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나를 인정해 주고 늘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남편. 그런 남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옳은 길을 찾아 끌고 가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의 옆에서 한결같이 응원하고 믿어주는 신랑처럼.




온라인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작은 스마트폰 속에서도 나보다 잘 난 사람들, 대단한 사람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 남과 쉽게 비교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나도 꿈을 갖고 나만을 위해 무언가를 노력하기 전까지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한심한 나를 원망하고 주어진 상황을 탓하며 무기력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려고 매일 노력했던  그런 시간들이 쌓여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이뤄내면서 지금은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비교 대상은 남이 아닌 어제의 나 자신이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생일을 기념해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한국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먹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들이 서로 교차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낯설고 불편한 해외생활이지만 잘 적응해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한국에 있었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일들도 이곳 인도에서는 정말 특별해진다.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것이 고마운 것처럼.


인도에 살게 되면서 무엇보다 가족애가 끈끈해졌고 불편한 것들이 많은 곳이기에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었으며 또 아이들에게 돈으로도 못 살 특별한 경험을 시켜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많다. 앞으로 남은 인도생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평생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가족의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내년 나의 생일은 어디서 맞이하게 될까?? 기대할 수 있는 무언가 있다는 것은 나를 항상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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