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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있는마음 Nov 09. 2023

요즘 누가 두시 오 분 전이라고 하니?

2학년 아이들에겐 너무 어려운 시계 읽는 법

이맘때쯤 2학년 아이들은 수학시간에 시계 읽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몇 시 몇 분까지는 막힘 없이 술술 배워나간다. 

그런데 항상 그 뒤가 문제다. 

몇 시 몇 분 전을 읽어야 하는데 매년 아이들이 이걸 참 어려워한다.


처음 아이들에게 몇 시 몇 분 전을 가르칠 때,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들이 어려워하니 조바심이 났다.

시계모형으로 연습을 시키고 또 시켰다.

아이들이 모두 몇 시 몇 분 전을 읽을 수 있게 될 때까지 맹연습이었다.

아이들도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다.


2학년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

아이들이 몇 시 몇 분 전을 잘 모른다고, 

몇 시간째 진도도 못 나가고 씨름 중이라고 이야기하니

35년 경력을 가진 옆 반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이고, 요즘 누가 시계를 그렇게 읽는다고,,, 몰라도 돼. 그거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두시 오 분 전 몰라도 교실이 즐거우면 그만이야"


"아.....!"

맞다. 두시 오 분 전을 못 읽으면 한시 오십오 분이라고 하면 그만인 걸...

그게 뭐라고 그렇게 애들을 들들 볶았을까....

아마 이미 나도 우리 반 아이들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아시는 옆 반 선생님께서 

마음을 편히 가지고 수업하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일 것이다.

교실에서 담임이 즐겁지 않으면 아이들도 절대로 즐거울 수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교과서에 나와 있는 학습내용이니 공부를 시키는 건 맞지만,

그걸 완벽히 알 때까지 그렇게 맹연습을 시킬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우리 반 아이들이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온 신경이 시계를 제대로 읽는 데 가 있으니 아이들 얼굴을 살필 새도 없었을 것이다.


아홉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다.

아직은 공부가 재미있고 즐거워야 하는데 내가 그걸 놓치고 있었다.


오늘도 몇 시 몇 분 전을 잘 모르는 아이들을 보며 조바심이 나려고 할 때쯤,

그날 그 원로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떠올린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즐거워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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