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용감할 수밖에 없었던 결혼
얼마전 근로시간 개편으로 떠들썩 했던 적이 있다.
주69시간 근무가 화두였는데,
나는 남편 생각을 하며 쓴웃음만 나왔다.
주 7일 출근
출퇴근 시간은 알 수가 없다. 어쩔 때는 같은 집에 살지만 일주일이 넘게 얼굴 한 번 못 볼 때가 있다.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는 것으로 추정될 때,
나는 아침에 밥통을 확인하고 남편의 생사확인을 한다.
(밖에서 밥을 챙겨 먹으며 일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 와서 꼭 밥을 먹는다.)
그리고
24시간 대기 태세
어쩌다 주말에 일찍 퇴근을 하더라도 우리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남편은 상황이 생기면 바로 부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20분 이상의 거리는 갈 수가 없는데,
문제는 우리가 사는 이 시골에서 20분 이내로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집 근처 식당밖에 없다.
나는 주말에 집에 있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다.
어디든 나가야 한다. 되도록 멀리 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내가 그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남편과 사는 것은 정말 ‘고문’이다.
8년 전 나는 군인과 결혼했다.
아니,
나는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하필 그 사람의 직업이 군인이었다.
주변에서 군인과 결혼하겠다는 나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 결혼을 말리기도 했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있던 나는 아무 말도 들리지가 않았다.
나는 어렸고, 자신만만했다.
그리고 몰랐다.
앞으로 내게 어떤 시련이 닥쳐올지.
얼마나 많은 밤 눈물을 쏟아내며 이 결혼을 후회하게 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