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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Oct 14. 2024

나의 삶의 조각들

54. 일과 취미 나를 위한 시간.

 어느새 여름의 열기를 잊었다. 뜨겁고 뜨거웠던 여름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간사하리 만큼 몸은 체온의 변화에 민감해졌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찬 기운에 손으로 팔을 감싸게 된다. 여름옷을 이제는 정리해도 되겠다. 매일 봐서 그런지 와닿지 않던 아이들의 성장도 옷 소매가 짧아진 것을 보면 실감한다. 쇼핑을 가야 할 핑계가 생겼다. 밝은 색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는데 사춘기인 큰 아이의 옷장엔 무채색으로 가득하다. 작은 아이는 여자 아이라 나름의 색이 있지만 차분한 계열의 색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여야 했던 아이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보일러 가동을 시작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 벌써부터 바닥에서 냉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거실 슬리퍼를 신어도 발이 차갑다.


3일은 큰 아이의 생일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딴 기념으로 부산 카페쇼에 다녀왔다.

벡스코에서 하는 박람회를 몇 번 다녀온 이후부터 광고 문자가 온다.

사전등록을 하고 가길 잘한 거 같다. 현장방문 대기 줄이 어마어마했다. 귀동냥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작년에 비해 규모가 더 작아졌다고 한다. 카페 창업을 위해서 방문하는 사람도 있고 홈카페에 이색 음료를 추가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나처럼 마냥 구경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카페에 파는 디저트, 음료, 커피, 차와 커피 머신, 차 잔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다.

시식을 할 수 있고 구매도 가능했다. 사람 많은 곳은 언제나 밀려다니기 일 수지만 씹고 뜯고 맛보고 가 가능하니 나름 나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를 구매했다. 먹어 보고 싶었던 커피 원두와 밀크티 베이스(룩 블랙, 망고), 허브치즈, 냉동딸기밀크 베이스, 육포. 현장에서 구매해서 먹을 수도 있다.

시식용 치즈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서 한 바퀴 둘러보고 빠져나왔다.  

부산에서의 운전은 해도 해도 늘지가 않은 것 같다. 길은 복잡하고 차가 많다. 아이는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아파트와 건물들이 빼곡하게 있는 것이 신기한 것 같았다. 저기에 사람들이 살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안방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긴장이 풀리고 편안하다.


작기가 시작되면서 시간을 쪼개 일과 취미를 병행해야 한다. 일이 많은 날에는 아예 아무것도 못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있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성장이 멈췄나 싶어서 조바심 나게 했던 고추모종들이 많이 자라서 쓰러지기 전에 잡아 주어야 할 시기가 왔다. 성장이 더디고 4가지를 뻗어 내지 못하는 모종을 교체해 가며 병충해가 생기지 않게 돌봐야 한다.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온도와 습도 조절은 필수다. 민감한 아이를 키우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꽃 철사로 매년 갈래 메기를 했는데 고정이 되지 않고 빠져 버리거나 나무의 줄기로 파고 들어서 성장을 방해했다. 9만 원이나 주고 결속기를 사 왔다. 손에 익숙하지 않지만  한 줄을 하고 나서야 할 만해졌다.

중간중간 스테이플러 칩과 테이프를 보충해줘야 했지만 속도는 빨랐다. 테이프는 자연 분해되는 것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비록 손은 물집이 잡혀 너덜너덜 해졌지만 언젠가는 굳은살이 생기겠지.

엉덩이 방석을 하고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96M를 13줄이나 해야 한다. 작은 하우스가 13줄 큰 하우스는

19줄 원래는 24줄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열대나무를 심어두어서 좀 줄었다.

앉아서 옆으로 옆으로 움직이면 다리가 아프고 반쯤 서서 하면 허리가 아프다. 적절히 일어났다 앉았다를 잘해야 하지만 끝나고 나면 근육통만 남는다. 증산 작용을 시작하는 9시부터 시작해 물을 올리는 4시 전까지만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빨리 끝나지가 않는다. 한 시간에 1줄에서 1줄 반 정도 할 수 있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 일에 매진하지만 3일이나 걸렸다. 손에 익을수록 가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물집이 터진 손가락의 통증에 눈물이 핑 돈다.

나무를 잘 고정하고 유인을 해줘야 예쁘고 품질 좋은 열매를 키워 낼 수 있다. 고추나무의 크기는 모두 제 각각이라서 작은 나무들은 2차 3차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크기가 제 각각인 고추나무


유인 작업이 시작되면 본 격적인 수확을 위한 모든 작업들이 이루어진다. 본격적인 작기가 시작된다고도 볼 수 있다. 수분증발 방지와 풀 나는 것을 막는 멀칭작업과 유인줄을 잡아 고정해 주는 천장에서 내린 줄 들을 모두 T자 지지대에 묶어 주는 작업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다.

이 작업들이 끝나면 초물을 따낼 준비는 얼추 된 것이다. 고추나무의 1단 2단에 달리는 열매는 모두 따준다.

나무가 아직 어리고 상품성이 떨어진다. 3단~4단 정도에서 초물을 수확하는데 쪽 바르지 않고 휘어진 열매는 따서 버린다. 어린 열매에서부터 모양은 정해지는 것 같다. 나무가 많이 작으면 열매를 모두 따버린다. 나무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

추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황금들판의 곡식들이 거둬들여진다. 기계들이 바삐 움직이면서 논들은 텅 빈지고 있었다. 하우스 옆에 논도 휑하게 비어 버렸다.

비소식이 있어서 더 분주해진 것 같다. 농로는 진흙들로 엉망이 되지만 곡식으로 가득 찬 창고로 벌써 든든함을 느낀다. 농민들에게 쌀을 수확하는 것이 큰돈은 되지 못하지만 내가 먹어야 하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인 거 같다. 유통과정에서 소비자까지 가면서 쌀은 비싸지겠지만 농민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


월요일 아침 온몸이 처근 만근이다.  어깨에서부터 다리까지 느껴지는 근육통으로 다시 침대로 가서 눕고 싶어졌다. 움직여야 풀린다는 것을 안다. 비가 같은 날씨라 쳐지는 기분이 든다.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본다. 아이들을 깨워 등교를 시키고 나니 오전 시간에 여유가 잠시 생겼다.

미량요소를 분사하는 날이라서 습도가 높아서 작업이 힘들다. 여유롭게 커피를 내리고 주방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식탁을 깨끗하게 닦고 그림그릴 준비를 한다. 욕실까지 가기 귀찮아서 싱크대에서 물을 받고 비우고 하려고 설거지를 했다.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일에 집중하고 하루에 책 5장 읽고 틈틈이 글 쓰고 여유가 2시간 정도 주어지면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두근두근 설레고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나를 위한 시간이 생겨서 기쁘다.

1번 2번 수성크레용 그림 3번 수채화

블로그에서부터 알게 된 작가님의 리뷰를 보고 호기심에 구매해 본 수성크레용은 물을 칠해 주면 물감 같은 느낌이 된다. 수채 물감과 느낌이 다르지만 나름 재미있는 것 같다.

수채화를 그리려면 종이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코튼 100%로 수채화지를 황목과 중목으로 구매를 해서

사용하는 중이다. 그림도 잘 못 그리는데 망칠까 봐 엽서 크기로 잘라서 아껴 쓰는 중이다.

유튜브에서 열심히 찾아서 공부도 하고 어떻게 색을 쌓아가며 음영을 넣는지 배운다.

어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가보려고 한다.

새로 산 수채화과슈  발색표 만들기

색을 만들어 쓰는 건 아직까지 자신이 없어서 새로 물감을 하나 샀다. 우리나에서 유명한 브랜드라고 했다.

가격이 착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그리자고 다짐하면서 구매한 것이다. 물감을 싸놓은 상태에서 어떤 색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색연필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서 발색표를 만들어 보았다.

많이 어설프지만 채색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어들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사전을 찾아가면서 하나하나 적어 놓고 익혀 보려고 한다.

유튜브에서 물감 번호나 이름을 말하면 못 알아 들었다. 이렇게 배우면서 발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배움의 끝은 없는 것 같다. 알아가는 기쁨을 포기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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