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의 지난 회차까지는 체코에서의 경험이 내게 끼친 영향에 대해 말했다. 특히 체코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나 자신의 문화인 한국 문화가 궁금해졌다는 게 가장 큰 영향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잡지교육원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글쓰는 법, 잡지 만드는 법, 인터뷰하는 법을 배우고 기자 및 에디터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 문화를 다루는 잡지사에 취재/편집기자로 들어갔다.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한국 문화 관련 시장에 발 담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한 달에 4~6번은 대면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쓴다. 특히 작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러면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매거진 <그거 공부해서 뭐 먹고살래>는 대학생의 내가 어떻게 진로를 잡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시작한 글이다. 이 매거진을 결국 내게 중요한 가치를 찾고, 직업을 잡으면서 끝낸다.
삶은 참 알 수 없다. 내가 처음 던진 질문 '그거 공부해서 뭐 먹고살래' 속에서 '그거'는 내 전공인 체코어였다. 체코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체코어를 사용하는 직업을 잡는 것이 가장 일자리를 찾기 쉬웠지만, 나는 내 적성이나 관심과 맞지 않다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결국 글쓰기가 내 적성이란 것을 알아낸 후부터는 무언가 정돈되었다는 기분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선택한다고들 한다. 이제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되었다.
방향을 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기 쉬운 이 시대에.
그런 의미에서의 성공을 축하하며, 아직 나아가야 할 길 앞에서 잠시 쉬어가며, 누군가에게는 이 이야기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매거진을 끝맺는다.
함께 달려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후투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