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화원에서 만난 노년의 문화활동
중국 여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업무를 배제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변화가 빠르다는 것, 2017년에 홍콩을 경유하여 심천으로 입국한 적이 있었는데, 공항 출입국관리시스템이 자동화되어 편리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란 기억이 있다. 동일한 지역은 아니었지만, 갈 때마다 신시가지 모습과 구시가지 모습이 공존하면서 변화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침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시작된 직후여서 거리의 분위기가 궁금했는데, 기대(?)와 달리 사람들이 활기 넘치고, 어디를 가나 생동감과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과거와 달리 기술과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은 통계상으로도 익히 알고는 있지만, 이번에도 전에 느낄 수 없었던 편리함과 고급스러워지는 빌딩, 인프라, 서비스, 상품, 전통의 보존 모습, 경우에 따라서는 품질대비 합리적인 비용도 놀라웠다. 중국에서도 택시와 우버 같은 서비스(DiDi)가 공존한다. 한번 써보니 DiDi가 사용하기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은 그 편리한 우버같은 서비스가 규제로 대중화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다.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변화와 혁신이 이제는 한국보다 빨라진 모습이다.
오랜만의 자유로운 여행이라 자금성, 천안문광장, 만리장성, 이화원(颐和园), 왕푸징거리, 야경이 멋진 스차하이, 자금성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징산(景山)공원, 황제의정원인 베이하이(北海)공원 등 나름 북경의 여러 곳을 다녀 보았는데, 규모나 화려함에서 견줄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지만,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광경은 이화원에서 마주치게 된 지서 地书(水書)였다.
길바닥에 물로 붓글씨를 쓰는 행위는 중국어는'디슈(지서-地书)로 불리며, 이는 중국의 독특한 문화 현상이다. 지서(地书-水書)는 물을 붓에 묻혀 바닥이나 특수 천에 쓰는 서예 형태로 물이 증발하면 글자가 사라지는 일시적 예술이다. 서예 실력을 연마함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로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이 활동에 참여한다고 한다.
물로 쓰는 한자((지서-地书)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시구, 격언, 또는 개인적인 감상을 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인생의 철학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春風又綠江南岸' 구절은 '봄바람이 또다시 강남의 언덕을 푸르게 한다'는 뜻으로, 자연의 생동감을 표현한다. 이러한 글귀를 통해 서예가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감상하는 이들과 교감을 나눈다고 한다.
길바닥에 앉아 물로 쓴 붓글씨는 상당히 많아 모두 옮길 수는 없지만, 눈에 들어온 4자 성어들은
龍鳳皇祥(용봉황상) ‘용과 봉황이 상서로움을 가져온다"는, 최고의 행운과 번영,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
鴻業騰飛(홍업등비) 사업이나 업적이 크게 성공하고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격려나 축하의 표현
龍鳳獻珠(용봉헌주) 용과 봉황의 상서로운 동물들이 보물을 바친다는 의미로,
크게 번영하고 귀한 것들이 모여드는 길운을 상징
龍飛鳳舞(용비봉무) 용(제왕, 힘, 권위 상징)이 날고 봉황(길상과 번영의 상징)이 춤춘다,
梅蘭竹菊(매난죽죽) 사군자로 불리는 매화, 난초, 대나무와 국화,
琴棋書畫(금기서화) 고대 문인의 4대 교양인 음악, 바둑, 서예와 그림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시안 등 대도시의 공원이나 문화유적지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중국인뿐만 아니라 이곳을 방문한 외국 관관객들에게 중국만의 문화와 볼거리로 인기가 많다.
경제와 정치는 별개로 하더라도
중국의 웅장함과 더불어 대중적으로 문화를 깊이 있게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동영상으로 지서(地书)감상
https://youtube.com/shorts/FstIgPD3V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