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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뮤연뮤 Nov 12. 2023

13. 뮤지컬 <레드 북> 리뷰

특별함과 특이함 그 사이의 ‘나’

포스터 - 아떼오드

2023. 03. 14 ~ 2023. 05. 28

장소 -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

제작사 - 플레이더상상(주)

배우 - 옥주현, 박진주, 민경아, 송원근, 신성민, 김성균, 박영수, 조풍래, 한보라, 김국희, 원종환, 김대종, 안창용, 김승용, 허순미, 김혜미, 김연진, 노지연, 이다정, 김청아, 박세훈, 강동우, 이경윤, 임수준, 박지은, 김영광     


1. 들어가며

2. 스토리 라인

3. 특이함과 특별함 그 사이의 안나

4. 기사도 정신이라는 편견

5. 세상을 바꾸는 수단 – 펜과 당당함 그리고 용기

6. 마치며     


1. 들어가며

@yeonmyu_0113

사람은 특별함을 추구하지만 특이한 건 못 참아한다. 설사 그것이 올바른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과 달라서 특이하면 모난 가시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르다는 건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되기도 한다.     

2. 스토리 라인

안나는 여성이라 마주해야 하는 불공평에 취직에 어려움을 겪던 중, 변호사 브라운이 그녀를 찾아온다. 안나 앞으로 재산을 담당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썩 좋지 않았다. 안나는 상점 주인과 싸워 구치소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안나는 브라운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 맞지 않았다. 브라운은 정장차림에 모자, 긴 장우산과 서류 가방의 그는 단정하고 레이디 퍼스트를 아는 사회가 바라는 신사 중의 신사였다. 하지만 안나는 조숙하고 얌전해야 하는 여자임에도 당당하고 솔직해 사회가 바라는 여성과는 아주 멀었다. 둘은 극과 극의 사람이었다.     


잘 맞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안나가 모시던 주인이자 브라운의 할머니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진다. 브라운은 안나가 어떻게 할머니를 변하게 했는지 물어보는데 그 방법은 바로 욕망에 충실한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었다. 브라운은 여자가 어떻게 그런 저속한 짓을 할 수 있냐며, 자신의 할머니가 그럴 리 없다며 충격에 빠진다.  

   

답답함을 느끼던 안나는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모임을 알게 된다. 남자이면서 여장을 한 로렐라이의 추천으로 모임의 멤버가 되는데 이 모임은 여성들이 자유롭게 글을 쓰는 모임이었다. 당시 여성들은 남자의 이름으로 출간했던 세태라 진취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모임이었다. 그곳에서 안나는 자신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야한 소설을 쓴다. 야한 상상은 안나가 슬플 때마다 기분 전환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출간한 <레드북>이란 소설은 대박을 친다. 발칙하고 적나라한 소설을 몰래몰래 구입하면서 읽는다. 브라운도 친구를 통해 <레드북>을 우연히 접하게 되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가 자신과 매우 매우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 안나를 찾는다. 그는 원래 로렐라이 언덕이란 모임에서 안나를 탈퇴시키려 했었다. 안나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였었다.     


왜 자신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는지 따지지만, 안나와 브라운은 말다툼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이후 불같은 사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브라운은 그의 친구에게 변호를 부탁받는다. 친구 말로는 고모할머니께서 이혼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시 여성이 이혼하는 건 매우 쉽지 않아 난색을 표하지만, 어찌어찌 변호를 맡게 된다. 고모할머니의 남편은 좋은 남편이 아니어서 이제라도 해방되고 싶어서 한 소송이었다. 전과 같이 사회가 바라는 신사였다면 이길 수 없었겠지만 안나를 만나고 달라진 브라운은 여성이라 감당해야 하는 차별을 깨닫고 이혼 소송에서 승리하여 이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안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긴다. 유명한 평론가인 딕 존슨이 비평을 해주겠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이는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소설가로서 기뻐할 일이었다. 하지만 딕 존슨은 평론을 좋게 써줄 테니 그 대가로 육체관계를 가지려 한다. 이에 분노한 안나는 딕 존슨의 사타구니를 걷어차 다시는 남자 구실을 할 수 없게 응징한다.     


그래서 딕 존슨은 안나에 대한 복수로 안나의 작품을 문젯거리로 만들어 출판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려 출판금지와 더불어 안나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위기에 처한 그녀를 위해 브라운이 변호를 맡는다. 브라운은 안나를 만나면서 긍정적으로 변한 인물로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은 불공평함을 어필, <레드북>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레드 북> 덕분에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증언 덕분에 안나는 처벌받지 않는다.     


이후로 안나는 브라운과의 사랑을 이어가고 작품 활동도 이어가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사진 - 아떼오드


3. 특이함과 특별함 그 사이의 안나

특이함과 특별함은 다르다. 특이, 보통 것과 특별히 다름. 특별,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전적으로만 보면 유사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땐 그 어감이 다르다. ‘특별’은 뛰어나고 우수하고 긍정적 느낌이지만 ‘특이’는 남들과는 다른데... 별종이란 어감이 강하다.     


안나는 작중 배경을 기준으로 보면 특이한 사람에 더 가깝다. 결혼을 해 가정에 충실하고, 얌전한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을 성희롱하는 남자와 피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맞서 싸우고, 원하는 것에 솔직하다.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사회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특히 슬플 때 야한 상상을 한다는 점은 새롭다 못해 아주 독특한 경우다. 안나는 못질을 제대로 못해 톡 튀어나온 못과 같다. 하지만 이 특이함은 안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처럼 특이함과 특별함도 한 끗 차이다.     



4. 기사도 정신이라는 편견

편견과 고정관념의 피해자는 안나뿐만이 아니다. 브라운 또한 고정관념의 피해자다. 항상 기사도 정신에 입각한 신사다움을 요구받는다.     


신사는 여성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정신에 따라 브라운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스토리가 진행되게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이런 관념은 개개인의 생각을 억누른다. 더불어 올바른 방향이라 할지라도 걸림돌이 되어 발전을 막는다. 계속 안나를 가르치려 했다면, 안나가 순순히 그걸 받아들이는 성격이었다면 안나의 개성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브라운은 자신의 할머니가 다른 할아버지와 사랑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할머니가 나이가 들었기에 성애적 사랑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 못했고, 더불어 그 상대가 정원사고 그런 사람을 고귀하신 분께서 그런 사람을 좋아하셨을 리 없다며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작게 보면 기사도 정신이지만, 결국 그 기사도 정신은 사회에서 남성인 브라운에게 요구하는 거대한 편견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나는 그에게 할머니 또한 사람이며, 나이가 들었어도 마음만은 뜨거움을 가진 한 여성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사랑을 하는 동안 행복해하셨다는 것도 알려준다. 브라운은 할머니를 사회적 관념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브라운은 안나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한다.         


 

5. 세상을 바꾸는 수단 – 펜과 당당함 그리고 용기

안나를 포함해 편견 때문에 세상의 불리함에 당했어야 하는 사람들은 <레드북>으로 인해 달라진다.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안나가 글을 썼기 때문이다. 글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대표적 수단이다. 소설은 본래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다.     


안나의 작품은 시발점이었다. 안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으나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레드북>을 계기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재판 때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안나는 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당당했다. 그리고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용기가 있어서다. 죄를 피하려 미친 여자인 척 연기하면 된다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의 글을 읽어 준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판단해서였다. 안나는 자신과 글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믿었다.     


시작은 안나 개인이지만 끝에서는 안나뿐만 아니라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 로렐라인 언덕 회원들과 <레드북>을 읽은 모든 독자까지 당당하게 행동한 그들의 용기는 안나를 구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발걸음이 됐다. 세상을 바꾸는 건 용기다.     



6. 마치며

<레드북>은 흔히 여성이 주체적인 작품이다,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더 크게 보자면 용기가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의 작품이다. 작품에서 여성이 받는 제약이 드러나지만, 세상 모든 사람에게 들이밀어진 ‘잣대’, 편견이 중점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레드북>이란 작품이 동화적인 분위기라 현실감이 떨어져 아쉽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작품은 작품마다 짊어지는 의무와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레드북>처럼 그렇게 달콤하지 않을지라도 희망을 보여주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란 씨앗을 심는다면, 그 씨앗이 자라 앞으로의 미래를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뮤지컬 <레드북>의 역할은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yeonmyu_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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