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 마지막 퇴근날을 기억합니다. 유난히 쾌청한 늦여름의 오후, 그날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엄청난 해방감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마지막을 기념할 겸 친구와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국가대표 축구경기 직관을 갔는데, 그때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본격적으로 취준하면 이 삭막한 회사엔 절대 안 올 거야. 내가 남은 인생 대부분을 이렇게 챗바퀴 돌 듯 살아갈 수 있을까?
당시에는 인턴이었지만 정식으로 회사원이 되면 하루에 적어도 8시간 이상은 회사에 쏟아야 할텐데, 대학 4년도 길게 느껴졌던 제가 최소 20~30년을 반복적인 루틴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 아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안정적인 직장에서 원하는 분야, 직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성장하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되게 깊이 없고 위험한 생각이었던 겁니다. 이 때를 계기로 진로에 대해 고민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허나 그때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저는 돌고돌아 다시 이 '삭막한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그간의 경험과 역량을 가장 값어치있게 매겨주는 곳은 결국 여기더라구요. 별 도리가 없던 저는, 다행히도 회사가 전에 경험했던 것만큼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점, 평소 추구하는 가치와 어느 정도 부합한다는 점을 감사히 여기며 여느 학생들처럼 인생 2막을 회사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은 싫지만 월급은 달콤해
하지만 아무래도 10년, 20년, 어쩌면 30년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긴 시간을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판에 박힌 일상을 반복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살게 되면 '하고 싶었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아' 덮어두고 온 일들은 영영 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단순히 '회사원이 꿈은 아니었던' 많은 직장인들에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구석 못다이룬 꿈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머뭇거리지 말고 용기내어 시도해보라는 저자의 메세지는 일견 위로가 됩니다. (책 제목부터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니 말 다했습니다) 그냥 그 정도 위로와 격려뿐이었다면 책의 메세지는 별로 와닿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이 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원으로 살아가면서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게끔 '내 삶의 중심을 잡는 법'을 덧붙입니다. 여기서는 이 삶의 중심을 잡는 3가지 방법을 제 나름대로 재구성하여 소개해보려 합니다.
┃ 긍정적 마인드를 유지하는 루틴
보통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고 하면 그 긍정의 대상을 으레 '자기 자신'으로 삼곤 합니다. 내가 잘 되는 게 나에겐 긍정적인 일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간과되서도 안 되는 부분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긍정적 암시와 함께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루틴입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채우기 위한 정말 중요한 퍼즐 중 하나는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축복과 배려'에 있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매일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오늘은 하는 일이 잘 풀려 일찍 퇴근하고 미소 가득한 하루가 되었으면'과 같이 가능한 구체적으로, 혹은 그게 어렵다면 '오늘 하루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식으로 축복해주는 겁니다.
부처님 말씀 중에 "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결국 흙 한 줌을 불어오는 바람에 뿌리는 것과 같다. 뿌려진 흙은 결국 흩뿌린 자신의 얼굴에 날아올 것이고, 그 흙은 전부 본인이 쓰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람 앞에 흩뿌려지는 흙처럼 타인에 대한 축복도 행복도 결국 나에게 다 돌아온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입니다. 달리 말하면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된다고만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들 '쥐뿔 노력도 안 하면서 머리로만 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데, 그래도 저는 노력도 안 하고 스스로를 믿지도 못하는 것보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적어도 스스로를 믿기 시작하면 자신이 해야 할 행동도 그 믿음에 따라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기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걱정을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입니다. 이런저런 걱정이 많을 때, 그 걱정 안에만 빠져있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이 되게 안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한 발짝만 떨어져서 그 걱정을 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면 이런저런 조언들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걱정들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 별 게 아니었음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 내가 추구하는 것으로 나를 채우기
관계라는 건 서로 '주고 받음'으로써 이뤄지고 유지됩니다. 내 안에서 나온 것들이 상대방에게 전해져 상대방을 채우고, 다시 상대방의 것들로 내 안을 채우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아무렇게나 채울 게 아니라 진정 추구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잘 귀울여야겠죠.
저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삶을 지향합니다. 그런 마음만으로 당장 거창한 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과 같은 작은 일부터 제가 지향하는 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하며 스스로를 채워나가려 합니다. 그렇게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나누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좋은 관계를 형성한다면 좀 더 단단한 자아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지기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간 본성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고생은 피하고 싶고편안함은 최대로 누리고 싶어하죠. 그렇게 본능에 따라 편안하고 쉬운 것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하면, 발전하고 잘 보이기 위해 약간의 고통을 감수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둘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저마다 선택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다만 선택이 스스로의 몫인 만큼 그 결과도 온전히 받아들이면 됩니다.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죠.
차라리 잘못했다고 꾸짖어주지, 이 모든 게 너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니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은 일면 냉정해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매번 올바른 선택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다는 건 스스로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매 순간 내가 지향하는 선택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나간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써보기 시작한 지 이제 막 한 두달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책 읽는 습관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심산으로 방구석 책꽂이에 꽂혀 있던, 아직 다 읽지 못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인생 살아가면서 책 한 권 읽은 것, 그 자체로는 사실 별 것 아니어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권의 독서가 또 다른 책을 읽게 하고, 독서를 통해 느낀 점을 한 줄 한 줄 써보던 것이 이렇게 브런치도 시작하게 이끌었다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하루를 산다는 건 오늘뿐만 아니라 미래의 오늘까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가 아직은 특별할 게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권의 독서가 이렇게 브런치 개설로 이어진 것처럼 스스로 중심을 잘 잡고, 계속해서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써나간다면 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모두 미래의 어느 순간 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줄 자양분이 되겠죠. 이게 바로 고작 책 몇 권 읽고 글 한두 편 쓴 것에 지나지 않음에도 제 자신이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 될 거라 굳게 믿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