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기똥찬 원고는 상관 없겠지만요
쓰던 원고를 다시 정리 중이다.
콘셉트를 새로 잡았더니, 기획서도, 목차도, 제목도, 타깃도 바뀌었다.
사실 포기하고 싶었다. 어차피 기획출간도 어려워 보이고, 어차피 책을 내도 볼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열심히 썼지만 썩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글을 다 쓴 후에 기획서를 채우려니, 그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던 건지조차 헷갈렸다. 내가 자신이 없는데 책을 내달라고 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누군가를 속이는 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했다.
두터운 벽이 사방을 가로막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언제 책이 나오냐고 묻는데, 잘 모르는 이웃 아저씨는 "니 딸에게 들었는데, 너 작가라면서?"라며 무슨 책을 쓰냐고 맑은 눈을 하고 물어오는데, 글 쓴다고 폼 잡고 들인 시간이 얼만데, 그래서 내긴 내야겠는데, 답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심호흡했다. 귀찮고 지쳤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했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바로 처음으로 돌아가기. 생각을 리셋하기. 아깝다고 끌어안고 있던 원고를 해체하고 그냥 콘셉트부터 다시 잡기. 그 순서가 맞는 거였다. 콘셉트와 기획이 먼저였고, 거기에 맞는 목차를 만들고, 글이 쓰는 게 맞는 순서였다. 너무 돌아왔다.
물론 할 일들은 정말 많다.
기획서 새로 쓰기
경쟁 도서 3권 선정하고 장단점 분석, 그와 비교해 내 책의 장점 찾아내기
새로운 콘셉트에 맞게 글 모두 수정하기
목차 제목 확정하기
맞춤법, 띄어쓰기, 비문 찾아내 고치기
샘플 꼭지 선정하고 다듬기
프롤로그 다시 쓰기
출판사 이메일 리스트 정리하기
이메일 내용 써두기
그래서 투고는 언제 하면 좋을까?
사실 출판사마다 사정이 다를 거고, 내가 출판사에 다녀본 것도 아니라 정확하지만 않지만, 그간 모아 온 정보의 조각들을 종합하면 '투고하기 좋은 시기'는 이렇다.
1-2월은 출판사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연간 출판 계획을 세우는 시기이기에 투고하기 좋다.
9-11월도 나쁘지 않다. 다음 해 출간을 위해 원고를 찾는 시기다.
7-8월은 여름휴가 시즌이라 내부 업무가 느슨해지는 시기다.
12월은 연간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원고 검토에 집중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1-2월, 9-11월이 투고하기에 좋다.
투고 이메일을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보통 월요일이나 화요일 오전에 보내라고들 하는데, 몇 군데 물어본 바로는 크게 상관은 없지만 업무를 쉬어야 하는 주말이나 저녁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는 답을 들었다. 나 같아도 업무 끝나고 집에 가는데 메일이 띠링하고 울리면 짜증이 날 것 같다. 누군가는 투고 원고들에 대한 회의를 주초 오전에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결론은 월요일이나 화요일 오전이 투고 이메일을 보내기에 안전하다.
즉, 나 같은 경우 급하게 고쳐서 12월에 투고할 필요가 없다. 잘 다듬고 정리해서 1월에 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을 거다. 그래서 내가 잡은 D-day는 이렇다.
나의 도전은 1월 13일 월요일 오전으로 잡았다
5일 후면 아이들 방학이다. 우리 가족은 열흘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즉, 시간이 없다!
매일 쫓기듯 뭔가를 하고 있지만 한없이 더디다. 1월 13일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늦어지더라도 이번엔 제대로 해보고 싶다. 적당히 말고, 내가 만족할 만큼, 지인에게 "읽어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물론 좋은 원고는 언제 투고를 해도 환영받겠지만요 :)
* 다른 정보가 있으시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 글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