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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애나 Jul 20. 2023

캘리포니아 핫걸들은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핫걸'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는가?



대학교를 미국으로 오기 전까지 미국 본토를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던 내가 상상했던 '캘리포니아 걸(California girl)'의 이미지는 태닝 한 탄탄한 몸을 가진 금발의 언니가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고 캘리포니아 해변을 조깅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LA 산타모니카비치와 베니스비치를 방문해 보면 딱 내가 상상했던 저 모습으로 조깅을 하고 있는 멋있는 캘리포니아 언니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해 보려는 진정한 '캘리포니아 핫걸'의 모습은 저런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의외의 장소에서 찾은 캘리포니아 핫걸들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캘리포니아 핫걸과는 외적으로 다르게 생겼다. 하지만 누구보다 핫하고 미국스럽고 캘리포니아스럽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한국에서 헬스장을 제대로 꾸준히 다녀본 적 없던 내가 1학년 2학기부터는 대학교에 있는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한 이유는 별거 없다. 일단 학비에 포함이니 안 가면 아깝기도 하고 학기 초에 남는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했다. 이렇게 대단치 않은 이유로 별생각 없이 다니기 시작한 미국 대학교의 헬스장에서 나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놀라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큰 차이는 옷차림에 있다.



미국 대학 헬스장에서 여자들은 대부분 딱 달라붙는 바이크 쇼츠나 긴바지 레깅스에 브라탑을 입는다. 배꼽 아래까지 내려오는 브라탑도 아니고 속옷같이 짧은 브라탑이다.



지금 "한국 헬스장에서도 그렇게 입는 여자들 많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 헬스장을 몇 번 가봤을 때 레깅스나 브라탑을 입은 여자분들을 많이 봤었다. 나도 하의는 항상 레깅스를 입고 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마르고 군더더기 없는 몸매의 소유자가 레깅스와 브라탑 세트를 입는 것 말고 배, 허벅지, 팔뚝에 지방이 한가득 있는 사람이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고 운동하는 것은 흔히 보기 힘들다. 한국에서는 뚱뚱한 체형을 가진 많은 이들이 현재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고 긴팔과 긴바지로 창피하게 생각하는 살을 가리고 운동한다.



하지만 미국 대학교의 헬스장은 달랐다. 어떤 체형을 가지고 있던 상관없이 자신이 가장 운동하기 편한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었고, 그게 너무 당연했다. 그리고 그 당연한 분위기는 내게 미국의 자유로움이 뭔지를 처음 경험하게 해 주었다.



아무도 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체형을 가졌는지 판단하지 않고 자신 또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처럼 당당하다. 이들에게 '몸매'와 '입을 수 있는 옷'은 서로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렇기에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는 것의 기준은 운동에서의 편안함과 자기만족이지 자신의 몸매가 아니었다.



이게 내가 미국 대학교 헬스장에서 찾은 진정한 캘리포니아 핫걸들이다. 자신의 몸매나 외모가 어떻든 원하는 옷을 당당하게 입고 그 당당함으로 무엇이 당연한지를 정의하는 사람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의 나는 내 뱃살과 Y존이 신경 쓰여 운동할 때 항상 상의는 엉덩이와 배를 가리는 긴 반팔티를 입었다. 미국에 처음 왔던 여름 브라탑을 입은 미국 대학교 친구들을 보고 저걸 어떻게 입는거지라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 분명히 기억난다.



캘리포니아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정확히 1년 후 지금의 나는 브라탑과 레깅스를 입고 다닌다. 내 뱃살이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레깅스 위로 보이는 내 뱃살을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라는 걱정에 원하는 옷을 입지 못하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캘리포니아는 1년 동안 나를 당당하고 남의 시선과 판단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핫걸들의 당당함과 당연함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남들을 외적인 부분을 먼저 보고 판단하던 것을 서서히 멈추게 하고 그들의 개성과 태도를 먼저 보게끔 만들었다.



캘리포니아 핫걸이 되는데 탄탄하고 예쁜 몸매는 필요 없다. 그것보다 어쩌면 더 어렵고 어쩌면 더 쉬운, 남의 시선과 판단까지 바꿔버릴 수 있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필요할 뿐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몸매가 어떻든 당당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고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조깅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당신은 캘리포니아 핫걸이다.



아,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시 남자라면 어느 날 내가 헬스장에서 만났던 호랑이가 여러 마리 그려진 매우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던 남자분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 엄청난 하체의 소유자였던 그는 그날도 하체 운동을 하고 있었고 자신의 하체에 매우 자부심이 넘쳐나는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 또한 내 기준에서는 충분히 캘리포니아 핫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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