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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애나 Jul 24. 2023

미국에서 "cute"의 의미는?

"You look cute"


미국 대학교 생활의 첫 주는 본격적인 수업이 아닌 1학년 학생들이 학교에 익숙해지고 친구들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Orientation Week로 진행이 되었다.



학교 투어를 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하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이벤트와 체험을 통해 서로 친해지는 시간이 다였던 첫 주, 그중 둘째 날 밤에 있었던 일이다.



이 날 밤 나는 그날 처음 친해진 6~8명 정도 되는 미국인 친구들과 학교 식당 야외석에서 같이 이야기하며 저녁을 먹었다.



선선한 날씨의 여름밤, 별이 보이는 캘리포니아 밤하늘을 배경으로 버거와 감자튀김이라는 매우 미국 스러운 식사를 했던 그날 밤은 지금도 하이틴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던 하루로 기억된다.



이 날이 생생히 기억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날 처음 친해진 미국인 친구들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했던 질문 때문이기도 하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애 중 한 명이 나에게 매우 캐주얼하게 물어봤던 것은,



"Do you find anyone cute?"



순간 질문의 뜻을 완벽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Cute..? 내가 아는 그 귀엽다? 귀여운 애를 본 적 있냐고?



나는 한국에 있는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영어를 배워서 영어로 대화하는 게 원어민만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나도 미국에서 생활을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미국 대학교 생활 겨우 2일 차에는 미국의 10~20대가 사용하는 슬랭이나 캐주얼하게 친구끼리 사용되는 표현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영어가 익숙한 만큼 여기서 사용된 "cute"의 의미가 그냥 평범한 귀엽다는 뜻이 아닌 건 알았다. 눈치껏 '남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는 것쯤은 나도 이해했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not really, not yet"이라고 대답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저 "cute" 뜻이 뭔지 어느 정도 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저 "cute"의 의미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괜찮은"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친구에게 "괜찮은 남자/여자 없어?"하고 물어볼 때 "괜찮은"의 뜻이 마음에 드는, 호감가는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듯이 "cute"의 의미는 그런 거였다.



일단 "cute"라는 단어를 이런 뉘앙스로 사용한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걸 오늘 처음 만난 친구에게, 그것도 남자, 여자 다 합쳐 6~8명 정도 모여 대화하는 테이블에서 아무렇지 않게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유교걸스럽나 싶기도 한데 한국은 처음 만나는 친구끼리, 혹은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술자리나 MT 자리에서 저렇게 물어보지는 않지 않나? (나는 한국 대학교 문화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 저게 한국에서도 자연스러운 건지 아님 미국만 그런 건지 솔직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나도 궁금하다...)



아무튼 저건 아직 유교걸이였던 나에게는 너무 핫한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저 "cute"를 내가 직접 들어본 경험도 있다. 여름 방학 때 LA에 내려와 있으면서 산타모니카 해변을 방문했던 날이었다.



친구와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베니스 해변까지 걸어가고 있던 중 반대편에서 조깅하던 남자 둘 중 한 명이 잠시 앉아 쉬던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고선 먼저 인사를 건네고 "I thought you are cute, so I wanted to say hello" (네가 cute하다고 생각해서 인사하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였는데 대뜸 번호부터 달라고 하는 게 아닌 천천히 인사부 터하고 일상을 물어보고 LA 출신이 아니라고 답하니 LA에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줬다.



그러고 나중에 조심스럽게 자기와 언제 한번 만나서 놀 생각 없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처음 보는 사람과 밖에서 만나기는 부담스럽다 하니 충분히 이해한다고, 오늘 이야기해서 너무 즐거웠다고 말해줘서 나도 이 에피소드가 기분 좋은 작은 해프닝으로 기억에 남았다.



가볍게 "괜찮은"이라는 뜻부터 "호감이 있다"라는 뜻까지,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훅 들어왔던 미국의 "cute"라는 단어는 내게 20대로서 경험할 수 있는 웃기고 재밌고 당황스러운 일화들을 기억나게 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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