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혼자살기, 그 프롤로그
여름 계절 학기를 norcal(north california의 줄임말)에 있는 내 대학교가 아닌 캘리포니아 남쪽 LA에 있는 다른 대학교에서 듣기로 결정했다. 다니던 미국 대학교에서 조금 독특한 프로그램에 속해있었기에 해야 했던 선택이었다.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한 같은 전공의 친구들은 대부분 socal(south california의 줄임말) 출신이었기 때문에 계절학기를 들으며 살 집이 있는 상태였다.
LA에 가족도 없고 지인도 없어 2.5달의 계절학기 기간 동안 살 집이 없는 이들은 10명도 안 되는 한국인들과 socal 출신이 아닌 몇몇 학생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나였다.
그래,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인 계절학기를 신청하는 순간부터 쉽지 않았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무조건 전화로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는 학교의 안내에 나와 친구들은 아침 8시부터 기숙사 라운지에 다 같이 모여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시도하자 전화선은 터졌고 우리는 전화를 걸고, 뚜--소리가 나면 끊고, 다시 걸고, 뚜--, 걸고, 뚜--, 걸고, 뚜-- 이걸 수백 번 반복했다. 그러다가 자동화 멘트라도 나오면 기뻐하다가 자동화 멘트를 5번쯤 들었을 때는 이것 또한 뚜--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거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기를 3시간째, 이미 운 좋게 수강신청을 성공했던 친구의 폰으로 다시 상담원이 전화를 받아 이번에는 내가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다.
3시간은 매우 운이 좋은 거였다. 나와 8시부터 전화를 걸던 친구 중 그날 오후 5시까지 계속 전화를 걸어야 했던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전쟁 같은 수강신청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내 여름을 예고하는 '프롤로그'였다.
전화를 수백 번 거는 이 스트레스받는 상황도,
친구들과 모여 이런 짓을 하고 있는, 이 다시는 보지 못할 광경에 서로를 보며 터지던 웃음도,
전화 걸기를 2시간쯤 반복하자 기계적으로 버튼만 누르게 됐던 지루함도,
상담원이 받기라도 하면 이게 뭐라고 흥분되며 설레고 희열까지 느껴졌던 순간까지.
수강신청이 확정되는 순간 내 여름의 운명도 결정되었다. 나는 이번 여름, 인생에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LA에서 2.5달간 처음으로 자취를 시도한다.
근데 나, 어디서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