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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애 Feb 22. 2024

미스 럼피우스의
낭만 한 스푼

나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가?

미스 럼피우스의 루핀 꽃- 봄날애가 그리다


남편과 나는 한 번씩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우린 어떻게 살면 재미있을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주말이면 숲과 바다에서 둘만의 캠핑을 떠나보자고 할 때도 있고, 

나이가 드니 텐트 치기 힘들다며 차박도 괜찮다며 낭만을 즐겨보자고 했다. 

간혹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살면 좋겠다고 어린 시절 추억들을 나누기도 하고.

고향이 바다라 그런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남편은 잔잔하다가 때론 거친 파도를 보면서 우리네 인생이라며,

(한참동안 꼰대이야기를 할 것지만..)

밤이 되면 장작불도 피워놓고, 쏟아지는 별도 보고.

그런 바다를 보면서 나를 안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저 꿈만은 되지 않기를 미스 럼피우스를 읽고 난 뒤 조금은 더 간절해졌다.   

  

엘리스, 미스 럼피우스, 루핀부인

한 여인이 생애 불리어진 이름.


나에게도 세 개의 이름이 있다.

세례명 에스텔과 닉네임 봄날애. 그리고 본명.

가끔은 00이 엄마. 어떤 때는 00아~ 라며 아이의 이름으로 나는 불리기도 한다.       

봄날애로 더 많이 불리어지고 있는 요즘이 참 좋다.


엄마로서의 내가 아닌 본연의 나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순간에 불리어지기 때문이다.     



[저녁이면 앨리스는 할아버지 무릎에 올라앉아서 머나먼 세상 이야기를 들었어요.

할아버지 이야기가 끝나면 앨리스는 

“나도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 “ 했대요.

할아버지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얘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구나”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했어요 

                                                                           -미스 럼피우스 중에서]     



왜 이 대목에서 엄마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는지 알수 없다.

더 많은 이야기를 재잘거리며 하지 못한 아쉬움? 허전함? 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내가 어떻게 사는 걸 원했을까.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다 잘 되었다. 아쉬운 것도 없다.'

이렇게 무심하게 한마디만 남기고 긴긴 밤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나는 잘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혜로운 아내가 되라는 직장상사의 말이 뜬금없이 떠오르는 걸 보니

그동안의 삶에서 찔리는 것이 많은 나 인것 같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기에,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하던데.

어떤 삶을 살아가든 힘든 건 어쩔수 없나보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믿음이라는 씨앗을 심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보다

자신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도하고 있다.

어디를 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무엇을 하든, 자신을 믿는 씨앗을 심기를 바란다.   

  

난 어떤 꽃이 되고 싶은가?

난 어떻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난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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