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절대적 가치
늙으면 죽어야지,
아프기 전에 죽어야지.
할머니의 빈말(?) 같은 넋두리를 들을 때면
어린 맘에 너무 두려웠다.
혹시 할머니가 아플까 걱정했고,
당장 할머니가 죽을까 긴장했다.
그때보다 서른 살 가까이 나이를 더 먹은 손녀는,
지금 그 얘기를 들었다면
이리 대꾸했을 것이다.
당신이 계속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해요.
편찮으셔도 혼자가 아니에요.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드릴게요.
우리는 쓸모를 끊임없이 찾는다.
유용함이, 유능함이 존재를 입증한다고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장애를 딛고
고난을 이기고
천부적인
천재
최연소
최연장
최초
최고 등의 수식어를 붙이며 존재를 부각한다.
내세울 능력도, 장점도 없는 사람들은
금세 위축된다.
탈탈 털었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느 하나 뾰족한 수가 없으면
풀이 죽는다.
나의 아이는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특출 난 재능을 뜻하는 서번트 증후군은 없다.
그렇다고 그 아이의 존재는 무가치한가?
쓸모가 마땅치 않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 존재는 의미가 없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가치는 셈할 수 없다.
당신의 존재는 유용함이나 유능함이 있어 가치로웠던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과분하다.
당신의 존재만으로
행복이고 기쁨이고 감사하다.
당신이 이 세상에 있기에,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또 당신이 이 세상에 없기에
나는 여전히 허전하고 슬프다.
어떤 이유로든
자기 몫을 못한다고 위축되면 안 된다.
당신 존재가 우주인 사람들이 있다.
그것으로 당신이 함께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나는 당신이 너무나 소중하고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