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폐아이의 인생 설계에 대한 고민
아이는 느리지만 다르지만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못하던 걸 해내기도 하고,
조금씩 조금씩 실력이 늘기도 한다.
자폐아이여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아니, 더 절실하고 더 어렵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하더라도
결국은 선택지는 아이가 가진 게 아니라, 아이가 선택당하느냐 아니냐기 때문이다.
영특한 지능도,
서번트증후군도,
정교한 소근육 기능도,
예술적 감각도,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과도
거리가 있는 아이에겐 현실은 더더욱 가혹하다.
예전부터 들었던 선배엄마들의 얘기도 기억하고 있다.
"지시 따르기가 잘 되어야 해."
"자기 앞가림을 잘해야 해."
"문제행동만 없으면 돼."
"혼자 대중교통 이용해서 출퇴근은 해야 해."
이 말이 간단한 듯 하지만, 나에겐 수능 만점자의 비결 소감처럼 들린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아이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문제행동이 없기란 쉽지 않다. 어렵게 발화하는 것보다 행동이 훨씬 빠르고 편하니까.
대중교통 이용은 연습도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다양한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매일 지하철과 버스로 출퇴근하는 당신은 정말 대단하다.
모든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모든 게 쉽지 않은 것들이다.
선택할 수 없는 입장에서,
선택당하기 유리한 것들을 해내기도 벅찬데,
아이의 흥미와 소질을 찾고 키우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은 있다.
요리와 설거지 같은 주방일을 좋아하고,
수영을 좋아하고, (수영 스포츠는 아니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좋아하고,
여행과 노래 듣기를 좋아한다.
가야 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나에겐 지도도 내비게이션도 없다.
도착한 사람들의 후일담은 있지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유사 사례가 아니다.
성인이 되기에 6년.
시간이 많지 않은데, 고민은 깊다.
방향을 못 잡은 지금은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계속 걷는 게 되려 제자리만 맴돌까 봐 걱정이 되다가도
조금씩 조금씩 나선을 그려가며 나아가면서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필요한 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지금에 대한 확신과 실행력이다.
그래, 뭐라도 일단 해보자!
그래, 뭐라도 일단 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