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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pr 29. 2024

사람답게 사는 거지...

아들 시험 끝난 주말

고등 아이의 시험 기간이 되면 아이뿐 아니라 나도 덩달아 긴장하게 된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 1교시 혹은 2교시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혹시나 내가 해준 음식이 탈 날만한 요인은 없는 것인지 이러한 것들이 조심스러워지고 신경 쓰인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는 것은 이제 고등학생이 된 아이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어찌한다고 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커져버린 아이에게 이러저러한 잔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도 도움이 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저 배고프지 않게 식사 차려주고 저녁시간 간식통이 비지 않게 관리해 주는 것이 지금의 나로서의 최선의 도움인 것 같다. 무리한 각성제 음료수를 먹지 않게 그나마 커피음료를 채워주고 늦은 시간 부담 없는 간식류를 준비하고 식사로는 꼭 고기반찬을 준비하고 비타민을 책상 위에 챙겨주는 것. 이것이 요즘 나의 소리 없는 뒷바라지이다.


드디어 시험 주간이 다가오고 하루하루 시험 보고 집에 들어오는 아이 얼굴과 목소리를 살피고, 먼저 질문하지 않고 아이의 인사를 들으면서 오늘 하루 결과를 유추해 본다.

아이가 들어오면서 하는 인사말을  들으면 "오늘 하루는 대강 어땠구나.." 느껴지고 나의 촉은 대부분 맞는 편이다. 그저 "배고프지?" 물어보고 고기반찬을 준비하는 것이 나름의 최선이다.


하루하루 피곤하고 힘든 일주일의 시험기간을 보내고 드디어 주말!!!

아이도 나도 따뜻한 햇빛 보면서 초록색을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이끌고 나간 주말 나들이..


인스파이어 고래쇼를 보고 싶었던 터라 그곳으로 출발했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역시 잘 왔다~. 멋지다"라는 탄성을 하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입구부터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다음은 당연히 더더더 좋았다. 

입구부터 강렬한 LED 화면이 보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아마존 숲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주말이라 사람들로 꽉 차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이제 볼 사람은 거의 본 것인지 사람들도 적당하고 우리가 구경하며 걸어 다니는데 복잡하지 않고 딱 좋았다.


호텔 내부를 찬찬히 걸어가니 각각의 공간마다 연출된 작품들에 걸음을 멈추게 되고 "호텔은 숙박이지"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감탄 또 감탄이었다.


조금 걸어가면 멋진 샹들리에로 쇼를 진행하고, 또 조금 가다 보면 천정에 고래들이 춤추고 움직이며, 호텔 로비로 가는 곳에는 거북이 형상의 조형물들이 있다.


푸드코트 마저 멋지게 되어있어 외국에 온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하니 이곳을 설계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호텔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며 정각쯤 되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춰져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우리도 멈춰 있었는데 천정에서 고래쇼를 하기 시작했다. "맞아 그 유명한 고래쇼를 못 볼뻔했네.." 우리도 멈춰서 고개를 들고 보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멋있고 환상적이었다. 못 봤으면 어쩔 뻔했어. 이런 말들을 하면서 오늘의 다음코스로 이동해 보았다.


파워 J 성향의 내가 이끌고 간 다음코스는 칼국수 맛집. 각종 해물이 들어간 맛있는 칼국수 집에서 두 번째 코스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 번째는 마시랑 베이커리 카페..

전에 큰아이와 방문해 보고 너무 좋아서 둘째도 같이 갔으면 했었는데 드디어 오늘 둘째 아이와 같이 오게 되었다. 이곳을 방문하면 실내보다는 무조건 바다 보이는 야외 테라스 자리에서 커피와 빵을 먹어야 한다.


바다가 멀찍이 있지 않고 야외테라스자리 바로 옆에 있어서 계단을 통해 내려갈 수도 있고 여하튼 하늘엔 갈매기들이 마구 날아다니고 날씨는 바람 솔솔 불어 시원하고 때로는 햇빛이 감싸주는 그저 환상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게 사람답게 사는 거지..." 아이입에서 나온 말이다.


고등학생, 시험, 성적, 경쟁, 수많은 과목들, 학원, 학교생활 등에서 받았을 스트레스를 오늘 다 날려 보내길.. 다는 아니겠지만 끝나지 않은 다음 계단을 스스로 걸어갈 수 있을 만큼이라도 에너지를 받았으면..


"집에서 쉴까" 고민하면서 외출을 잠시 망설였는데 이렇게 "햇빛보고 바람맞는 행동이 참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고민 있고 생각이 많아질 때 집에서 하루종일 생각을 곱씹지 말고 그냥 밖에서 나무, 풀, 건물, 사람, 맛있는 것들 보면서 머릿속을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구나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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