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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 into Action Nov 20. 2023

지혜를 찾아 떠나는 행보

지혜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미국으로 다시 들어온 나는 옛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가워하는 친구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묻는다. 

"So what are you up to these days 그래서 요즘엔 뭐 해?"라는 질문에 놀랍게도 세 살배기 애기 본다는 이야기가 금방 쑥 나오질 않는다. 다른 얘기로 둘러대다가 내 대답을 듣고는 대륙을 건너 다니며 마치 CIA요원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아깝다는 표현을 한다. 


미국에 오기로 결정을 한 후 난 이점을 놓고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 아이를 맡기는데 최소한 2백만 원이 든다고 하니 계속 일을 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아들은 경제적인 도움보다 할머니가 가까이서 애기가 성장하는 걸 보기를 원했다. 


난 결혼 한 햇수보다 혼자 산 햇수가 더 길어 누구랑 함께 산다는 게 여간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와 아들네 가족은 "같이 붙어살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또 사랑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이 길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60살이 청춘이라며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왕성한 경제활동을 끊임없이 이어나간다. 한국에서는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취미 활동도 무척 열심인 걸 보고 내심 놀랍기도 했다. 별로 모아둔 돈도 없고 또 자식에게 기대고 싶은 맘이 조금도 없던 나는 70살이 되어도 계속 경제 활동을 해 나가는 나의 모습만 이제껏 꿈꿔 왔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난 내가 그리던 나의 미래의 모습을 뒤로하고 손주를 위해 집에 들어와 앉았다.  


물론 할머니가 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은 다 때가 있는 게 아닌가. 손주와 나와의 관계에 있어 황금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며 지혜를 구했다. 




젊은 나이에 혼자서 아이를 키워 어려움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내 삶에 대한 애착은 놓지 않았다. 그 덕에 넓은 세상을 봐왔고 고생한 만큼 뜻깊은 삶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침대에 누워 지금부터 5년 후를 한번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일을 5년 동안 더 열심히 한다고 그 회사가 날 얼마나 기억해 줄까? 반면, 학교 후에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함께 앉아 머리 맞대고 퍼즐 맞춰주던 친할머니를 손주는 평생 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가진다. 그래도 친구의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함은 나이 오십에 내가 쌓은 경력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함에 아직도 미련이 많아서겠지... 젊었을 때는 직장을 그만두면 다음 직장을 구하는데 급급했지만 나이 오십이 넘어 직장을 그만두고 나라를 옮겨오니 또다시 직장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섭섭한 맘이 든 게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아무런 준비 없이 부모가 된 어리석은 나를 질책하고 자녀를 키울 교육이 되어 있지 않음에 후회를 많이 했다. 나중에 할머니가 될 때에는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할머니가 되어보니 그다지 준비할 건 없는 것 같다. 그저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넉넉한 사랑을 준비해 두면 최고인 듯하다. 


정말 젊어서는 많이 보고 배워 지식으로 살아가는 시기이고 나이가 들어서는 나를 나눌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지혜라는 거 그저 땅 파면 나오고 나이 들면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항상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일에도 감사해야 지혜의 씨앗이 심어질 텃밭이 생긴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내가 가진 지식과 우리 가정의 문화를 자식들에게, 손주에게 나누어 주리라는 다짐으로 오늘도 지혜를 찾아 어려운 행보를 마다하지 않는 나는 용기 있는 자다. 




#가족 #미국이민 #할머니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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