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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 into Action Nov 15. 2023

한국에서 서쪽으로

8400 km를 날아서 미국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한국에서 7년간 모은 살림은 줄여도 줄여도 끝이 없었다. 주변분들에게 나누고, 버리고 도네이션을 하고도 남은 살림은 48개의 박스 속에 자리매김을 했다. 해외에서 한국을 소개할 기회가 많지 않을까 해서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여러 도시를 다니면 모은 한국 소개 자료들도 꼼꼼히 챙겨 넣었다. "해외 이민" 딱지가 붙은 짐들을 몽땅 컨테이너에 실어 북태평양을 가로지르라 보내고 나는 반달 속 토끼처럼 케리온 가방하나 달랑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정말 비행기는 서쪽으로 가기도 잘도 갔다. 한국-미국 간 최단거리인 인천-시애틀은 비행기간이 10시간 정도인데 이번에 내가 탄 비행기는 9시간 만에 시애틀 공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사람들이 다 전화로 영화 두 편 보고 식사 두 번 먹으니 벌써 도착했다고 다들 신기해할 정도였다. 가을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새로운 인생그림을 그리는 도화지처럼 펼쳐져 있었다.


인천에서 시애틀로 들어올 때는 꼭 비행 방향 오른쪽 창가에 앉으시라, 그러면 시애틀 북쪽에서 시작되는 평균 1,500 미터 높이에 달하는 캐스캐이드 산맥을 먼저 감상하고 비행기가 착륙하기 바로 전 아름다운 시애틀 다운타운을 구경할 수 있다. 비행 방향 왼쪽 창가에 앉으면 4,392미터의 케스케이드 산맥에서 가장 높은 워싱턴주의 명산 레이니어 산을 구경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인의 개인주의 성향을 많이 부각하는 데 반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족과의 관계나 특히 조부모와의 관계는 아이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족 관계의 연속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주말이나 방학 때면 할머니, 할아버지집에 가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주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가 처음 말을 시작할 때 Grandma 할머니, Grandpa 할아버지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으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고유의 별명을 지어준다. 할머니의 별명에는 Granny, Nana, Gran, Nonna 등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너무 일반적인 데다가 늙은 느낌이 팍팍 나는 평범한 이름보다 다른 별명을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


나의 별명은 다분히 한국적인 이름 "Halmi", 손주는 할미와 하미의 중간정도로 영어식 발음으로 나를 부른다. 한국에서는 너무 흔하고 촌스러운 할미라는 단어가 서쪽나라로 와서는 멋들어진 별명으로 탈바꿈하였다.


난 어릴 때부터 동요 "반달"을 즐겨 불렀다.

반달 속 계수나무 한 그루와 토끼 한 마리처럼

나의 새 이름, 나의 새 직분 "Halmi"로 오늘 나는 달랑 케리온 가방 하나와 함께 미국땅을 다시 밟았다.

#미국 #시애틀 #미국이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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