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세웅 Oct 22. 2024

글을 쓰는 나에게

그저 똥이어도 좋으니

 퐁당. 물방울은 바다로 온몸을 던졌다. 바다는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물방울은 일렁이는 파동이 되어 제 할 일을 다 한다. 바다의 눈짓 따위 상관없다는 듯.


 글을 쓰는 이 순간, 나는 누구인가? 성별과 나이, 직업, 연봉, 가족이라는 틀로 정의할 수 있는가? 아니다. 지금 나는 철창 틈을 비집는 빛이다. 감옥의 구석진 곰팡이다. 우주에 널린 별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똥이다.


 신께서 인간에게 말씀을 남겼듯, 나도 글을 써야지. 정의 따위로 날 가둬봐라. 바다로 힘차게 떨어지는 물방울은  눈짓에 그저 무심할 뿐이니. 수 없이 밟아봐라. 잘게 빻아지고 짓이긴 진흙을 거름 삼은 줄기는 결국 꽃을 피울 테니.


 모든 본질은 배설물에 있으니, 꽃이 폈다 우쭐대지 말라. 그저 똥이어도 좋으니 이 자유함을 만끽하자. 바다가 마를 때까지.

작가의 이전글 아가야, 넌 꼭 이렇게 살아주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