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 물방울은 바다로 온몸을 던졌다. 바다는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물방울은 일렁이는 파동이 되어 제 할 일을 다 한다. 바다의 눈짓 따위 상관없다는 듯.
글을 쓰는 이 순간, 나는 누구인가? 성별과 나이, 직업, 연봉, 가족이라는 틀로 정의할 수 있는가? 아니다. 지금 나는 철창 틈을 비집는 빛이다. 감옥의 구석진 곰팡이다. 우주에 널린 별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똥이다.
신께서 인간에게 말씀을 남겼듯, 나도 글을 써야지. 정의 따위로 날 가둬봐라. 바다로 힘차게 떨어지는 물방울은 타인의 눈짓에 그저 무심할 뿐이니. 수 없이 밟아봐라. 잘게 빻아지고 짓이긴 진흙을 거름 삼은 줄기는 결국 꽃을 피울 테니.
모든 본질은 배설물에 있으니, 꽃이 폈다 우쭐대지 말라. 그저 똥이어도 좋으니 이 자유함을 만끽하자. 바다가 마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