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 누나가 알려주는 초급장교 때 꼭 알았으면 하는 것
12주동안 훈련소 안은 동물의 왕국 그 자체였다.
동기들 간에 연애는 물론이고 소대장, 중대장들과 후보생들이 연애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400명이나 되는 휴먼들 사이에서 연애세포가 싹트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훈련 기간에는 연애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말하고 싶다.
훈련 받는 동안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연애에 고픈 여미새와 남미새를 조심하는 것이다.
우리 소대 중에 한 남자 동기는 당시 6년 넘게 만난 여자친구가 있어서 임관하자마자 바로 결혼할 예정이
라고 말하길래 주변에 몇 없는 사랑꾼이네.. 하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일은 정말 모른다고 다른 소대 여자동기랑 바람을 피웠고, 기존 여자친구가 공군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훈련소 안이 시끌시끌했던 사건이 있었다.
같이 바람 핀 여자 동기는 이미 그가 훈련소 안에서 사겼던 세번째 연애대상이였고, 이 모습들이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먹이를 찾아 나서는 하이에나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좁디 좁은 공군 안에서는 이미 소문이 다 퍼졌고, 자대배치를 받아서 갔을 때 행복한 군 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한 여미새 때문에 훈련받는 내내 곤란했던 적이 있다.
후보생 시절, 기상 알림방송 및 훈련 일과와 관련한 모든 방송을 하는 일명 '작전장교후보생'으로 근무했었는데, 중대장이라는 사람이 내가 일할 때마다 방송실에 찾아와 관심을 표현했다.
이 곳에서 연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가 하는 표현들이 부담스러웠지만,
중대장이라는 보직은 후보생들을 임관 전까지 평가하는 꽤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고, 그에게 잘 못 보여서 좋을 건 없었기 때문에 단호하게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그의 지나친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보생들은 취침시간 전에 본인이 맡은 청소구역을 청소하고 신변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때가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마다 나를 자꾸 불러내어서 본인 차에 타라며 기지 드라이브를 시켜주겠다고 하였고 그때마다 변명을 지어내야만 했다. (후보생은 정해진 시간 외 생활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그러다 결국 그를 멀리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가 내 훈련일지를 훔쳐 본 것이다.
후보생은 하루 일과 내용 및 개인적인 사생활 이야기 등을 훈련일지에 작성해서 소대장에게 제출하는데,
그가 소대장을 시켜서 내 훈련일지를 몰래 본 것이다.
입대 전에 한 훈련소에서 모 대령이 시키자 소대장이 후보생 훈련일지를 훔쳐서 몰래 촬영한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이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임관 전까지 최대한 그를 마주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경례하면서 빠르게 지나갔고, 식당에서 나에게 다가오려하면 동기들과 더 가까이 있었다. 그렇게 노력하고나니 임관 후에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임관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의 카톡 프사에는 '오늘부터 1일'이라는 상태 메세지와 함께 여자친구 사진이 걸려있었다. 이런 여미새같은 사람을 경계하고 조심했던 일이 아마 군 생활에서 가장 잘 한 일이지 않을까.
군대는 참 좁은 곳이다. 소문이 한 번 돌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왜곡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날때는 한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또, 훈련생 기간에 연애를 한다면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가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기도 하고, 임관 후에는 처음 배우는 일들로 인해 바빠져서 소원해지기 쉽고 더 이상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기가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정 연애를 하고 싶다면 임관하고서부터 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