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rao Kim Apr 04. 2024

쿠팡플레이는 어떻게 스포츠 팬들을 사로잡았나?

쿠팡플레이가 갓팡이 되기까지


지난 3월 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진행된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피치 위로 쏟아진 스포츠 팬들의 찬사가 쿠팡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스포츠 팬들에게 열렬히 환영받던 쿠팡플레이가 야구팬들의 마음까지 빼앗아 버린 것이다.


‘와우’ 이런 혜택이!

쿠팡플레이가 처음으로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건 2021년 3월이다. 손흥민 선수가 활약 중인 토트넘 홋스퍼 FC의 경기를 생중계한 것이 시작이다. 쿠팡플레이가 정식으로 론칭한 것은 2020년 12월. 이미 절대 강자 넷플릭스를 선두로 웨이브, 티빙 등 국산 OTT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 뒤로도 왓챠, U+ tv, 시즌 등의 OTT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던 시기다. 각자 독점 콘텐츠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지분을 나눠먹기 급급했다. 쿠팡플레이는 후발 주자로서 효과적이고 빠른 시장 점유를 위한 카드로 오리지널이나 독점 콘텐츠가 아닌 스포츠 중계를 선택한 것이다.(물론 오리지널이나 독점 콘텐츠도 많이 있긴 했다.)

결과는 대성공. 토트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앱 신규 설치 수가 약 80%, DAU(일일 활성 사용자)는 30% 가까이 늘어났다. 내친김에 2021년 3월 25일 한일전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독점 중계도 시작했다. 국가대표 경기 날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 이용자가 몰렸다. 덕분에 신생 OTT임에도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스포츠 중계가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진 이유는 바로 낮은 진입 장벽 덕분이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쿠팡플레이는 구독료가 가장 저렴한 OTT다. 론칭 당시에는 2,900원이었고 현재는 가격이 인상되긴 했지만 4,990원이다. 편의점 도시락보다 싸다. 다른 OTT에 비해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의 가격! 게다가 구독자에게는 쿠팡와우 멤버십 혜택까지 주어진다. 반대로 쿠팡와우 멤버는 쿠팡플레이 이용이 공짜다. 로켓배송이라는 신세계의 맛을 들인 사람들에게 쿠팡플레이는 알찬 덤인 셈이다. 티빙이나 웨이브도 스포츠 중계로만 따지면 쿠팡플레이보다 훨씬 역사가 깊고, 심지어 스포티비나우 같이 스포츠 중계만 전문으로 하는 OTT존재한다. 하지만 쿠팡플레이가 이들보다 스포츠 팬 신규 유치가 쉬운 이유는 바로 낮은 허들이라 할 수 있겠다. 

쿠플을 픽하게 만든 ‘쿠플픽’

쿠팡플레이가 OTT계 스포츠 중계 강자로 도약한 계기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23년부터 뉴미디어 독점 중계를 시작하면 서다. 물론 당시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프로축구는 프로야구에 밀려 관객 동원력이 낮았다. 궁여지책으로 아프리카TV나 네이버 중계를 통해 전 경기를 무료로 중계했으나 흥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처럼 가뜩이나 인기가 없는 프로축구를 유료로 중계한다는 건 말이 안 돼 보이긴 했다.

쿠팡플레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중계 퀄리티로 정면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배성재, 정용검, 한준희, 송영주 등 국내 최고 중계진을 영입했다. 진일보한 자체 중계 기술력도 확보했다. 그동안 지적을 받아왔던 방송 화질 개선 등 인프라 구축에 과감한 투자가 이어졌다.

그 야심 찬 결과물이 바로 ‘쿠플픽’이다. 매 라운드 가장 관심도가 높은 경기를 선정해 진행하는 중계 콘텐츠다. 기존 대비 5대나 더 많은 17대의 카메라와 와이어캠 같은 특수 촬영장비로 유럽 빅리그 혹은 월드컵 중계 뺨치는 역동적인 화면을 송출한다. '케이리그도 이렇게 박진감 넘쳐요!'라는 걸 말 그대로 박진감 넘치는 화면으로 중계한 것이다. 게다가 최첨단 장비와 분석 기술을 결합해 득점 기댓값, 패스 맵, 매치 도미넌스 등 전문적인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하며 시청자의 경기 이해를 돕는다. 축알못이라도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가며 경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경기 시작 전 인기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관계자 등을 초대해 여담을 나누는 프리뷰쇼도 인기다. 허심탄회한 대화가 마치 예능 토크쇼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하프타임에 광고 대신 인터뷰나 하프타임쇼를 진행해 시청자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인다.

퀄리티를 끌어올린 중계에 시청의 재미까지 더한 쿠플픽은 축구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프로야구에 밀려 늘 뒷방 신세였던 서러움과 갈증을 한방에 해소해 준 것이다. 축구팬들에게 쿠팡플레이는 2023년을 기점으로 갓팡 칭호를 얻는 데 성공한다.


널리 이로운 중계

스포츠 중계를 향한 쿠팡플레이의 진심 어린 애정과 열정은 종목의 다양성에서도 느낄 수 있다. 2021년 9월부터는 3년간 미국 프로풋볼리그를 디지털 독점 생중계했다. 미식축구는 북미에 한정된 스포츠이긴 하다.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에 영향력의 규모로만 따지면 어마하지만 한국에서는 엄연히 비인기 종목이다. 룰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심지어 럭비와 미식축구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2022년 10월에는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인 포뮬러 1 레이싱 경기 중계도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F1 그랑프리를 유치해 놓고도 흥행에 실패한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다. 경남 창원에서 F3를 개최했음에도 주민들의 민원으로 지자체가 앞장서서 개최를 취소했던 모터스포츠의 무덤이다. 

세계적 인기와 명성의 NFL과 F1이 철저히 비인기 종목인 나라에서 쿠팡플레이는 과감하게 중계를 결정하고 투자한 것이다. 국내 중계는 꿈도 못 꾸고, 해외 플랫폼이나 어둠의 경로를 전전하던 소수의 팬들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단순히 가짓수만 늘여 구색만 맞춘 게 아니다. 무려 전문 중계진을 통한 한국어 중계 서비스를 실시했다. 한국어로 듣는 중계는 기존 팬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초보 팬들의 진입 장벽도 낮춰주었다. 또한 프리뷰쇼, 하이라이트 등 2차 콘텐츠는 신규 팬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쿠팡플레이는 현재도 K리그2, 코리아컵(FA컵), 덴마크 프로축구리그, 럭비 월드컵, 데이비스 컵(테니스), 원 챔피언십(MMA) 등 소수를 위한 중계를 진행하며 스포츠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중계를 넘어 축제로

202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매치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쿠팡플레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중계를 넘어 새로운 축제와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며 피동적인 매개체가 아니라 생산 주체가 될 수 있는 역량을 선보인 것이다. 

유럽 유수의 구단들을 초청해 경기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도 그 어떤 문제도 없이, 오히려 매진 사례를 이뤄낸 운영 능력에 호평이 쏟아졌다. 2003년부터 국내에서 개최됐던 피스컵이 큰 화제 몰이 없이 흐지부지 사라져 버린 데다 2019년 벌어졌던 호날두 노쇼 사건까지 터지면서 해외 구단을 국내에 초청하는 건 매우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쿠팡플레이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럽 구단을 초청해 흥행을 거뒀다.

경기뿐만 아니라 쿠팡플레이 독점 콘텐츠인 ‘SNL 코리아’와의 연계도 인기를 얻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국의 희극인들과 콩트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은 스포츠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케빈 더 브라위너가 조기축구회 유니폼을 입고 닭갈비에 소주를 마시며 ‘축구 어렵네’라고 한탄하는 모습을 언제, 또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다져진 운영 능력과 쿠플픽으로 축적된 현장 중계 노하우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로 이어졌다. 국내 야구 중계 사상 최다인 42대 카메라는 물론 국내 최초로 주심의 시야를 담은 ‘엠파이어 캠’ 등을 동원해 역사적인 순간을 다양하고 박력 있게 담아냈다. 또한 국내 프로야구에 비해 몇 배는 비싼 티켓값에도 불구하고 전 경기가 매진됐다. 또한 극성을 부리고 있는 되팔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암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운영으로 무사히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단 두 경기였지만 쿠팡플레이가 왜 ‘갓(God)팡’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프로야구 뉴미디어 독점 중계를 시작한 티빙이 이런저런 논란과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는 가운데 보란듯 메이저리그를 개최하고 완벽하게 중계하며 야구팬들의 워너비마저 돼 버렸다. 

현재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팬심을 등에 업고 국산 OTT 중 가장 높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지 4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앞서 언급한 티빙 외에도 많은 OTT에서도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알지 않는가. 스포츠 팬들은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것을. 그리고 또 으리가 있다는 것을. 대격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쿠팡플레이는 믿고 보는 스포츠 중계 맛집의 왕좌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성이면 감천! 스포츠에 진심인 쿠팡플레이를 하늘이 도운 순간들



1. 손흥민 출전 경기를 생중계했던 2021-2022 시즌, 손흥민이 EPL 득점왕을 차지했다.
2. 파리 생제르맹 FC의 2023 쿠팡플레이 시리즈 참가 발표 하루 전 이강인이 해당 팀으로 이적했다.
3. 일지감치 2023 쿠팡플레이 시리즈 참가를 확정 지은 맨체스터 시티 FC는 시즌을 트레블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초대하고 봤더니 역사에 남을 트레블 스쿼드로 방한한 것이다.
4. 독점 중계를 시작한 2023 시즌 K리그는 유료 관중 300만 명을 달성하며 역대급으로 흥행했다. 쿠팡플레이의 중계가 흥행에 도움을 주며 상부상조한 것이다.
5. 제58회 슈퍼볼은 설 연휴 오전 시간대에 개최돼 한국에서 여유 있게 시청 가능했다. 게다가 연장전까지 치러지는 역사적인 명경기가 펼쳐져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6. LA 다저스의 서울 시리즈 참가 확정 후 오타니가 해당 팀으로 이적하며 무려 데뷔 전을 한국에서 치렀다. 또한 깜짝 결혼 발표 후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한 공식 일정이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모든 사진 출처: 쿠팡 뉴스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