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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Sep 11. 2023

  I have a dream

나무인간 59


 그는 확고하다. 마음을 굳힌  협심증세도 많이 가라앉았다. 감정의 동요가 없는, 이제 그의 시간은 물결조차 일지 않는 검은 호수 같다. 그가 의사에게 말한다. “기한을 정했어요. 제가 살아온 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결 마음이 편해요.” 의사는 조금 당황한다. 미세하게 눈빛이 흔들린다. 아침부터 낮고 차분한 어조로 자살계획을 말하는 환자의 고백으로부터 멀쩡한 정신과 의사는 드물다. 의사는 그에게 자살 충동이 줄어들도록 리튬이 들어간 알약을 처방한다. 그의 상태가 조금 심각하다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둘은 병원 휴가가 끝나는 2  다시 보기로 한다. 10  대화가 끝나고  두툼한 약봉지가 그의 손에 쥐어진다. ‘이건 너무 많아.’ 진료를 예약했지만  먹으려면 2주가 턱없이 부족한 두께. 어쩌면  약봉지의 크기만큼 괴짜 불교론자에게도  같은 괴짜 환자를 거부할 암묵적 질량이 필요할 것이다. 돌아오는  그는 약봉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리튬은 잠이 온다. 흔한 항우울제 부작용이다. 그는 자신의 테이블 위에 약봉지가 쌓이는  싫다. 그만의 질서가 너저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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