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파도 아래로 시선이 떨어지는 순간, 발끝이 떨리고 심장이 쫄깃해진다. 겨울의 바다는 고요하지 않다.
부산 오륙도 스카이워크에 서면, 투명한 유리 아래로 절벽과 파도가 맞부딪치며 비현실적인 풍경을 그린다.
유리 다리는 12mm 강화유리 네 겹에 방탄필름을 더해 약 55mm 두께로 설계돼, 여러 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흔들림이 없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과 함께, 보는 이들은 “아찔하지만 발을 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경계선 위에서, 파도의 방향과 해류의 흐름까지 다르게 보이는 이곳은 그 자체로 지리적 상징이 된다.
날씨가 맑은 날엔 대마도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해 질 무렵이면 바다와 하늘이 한 폭의 그림처럼 맞닿는다.
옛 이름 ‘승두말’, 혹은 ‘잘록개’로 불리던 이 해안은 여섯 개의 섬이 생겨났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설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감각이 겹쳐진 이 전망대는 단순한 명소가 아니라 ‘체험의 무대’다.
겨울의 투명한 공기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절벽의 실루엣, 그 위를 걷는 발끝의 긴장감이 여행의 기억을 각인시킨다.
입장료 없는 자유로운 접근성과 편리한 주차장까지 갖춘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짧은 순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차가운 계절, 경계의 바다 위를 걷는 경험은 그 어떤 따뜻한 풍경보다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