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의 나에게 그 무모함을 선물하고 싶다.
프랑스어를 배우다 보니, 20년 전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때가 자꾸 떠오른다.
중국어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하게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어떤 삶을 살았던가.
말을 못 알아들으니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고, 이러면서까지 상하이에 살아야 하나 싶은 회의가 들었다.
왜 굳이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건지. 수많은 생각이 날 따라다녔다.
그래도 늘 대답은 하나였다. “지금은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못하더라도 일단 계속하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20년 전의 나를 속기시키듯 떠올리며, 그때 내가 잘했던 일들과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실수들을 되짚는다.
그 안에 이번에도 답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법, 새로운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 적당한 거리두기.
그리고 지금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어떤 의미인지.
모든 걸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억 속 어린 나를 다시 만나는 재미가 있다.
해보고 싶은 일은 꼭 해봐야 속이 풀렸고, 중국어는 잘 못했지만 내 프로젝트는 꼭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말하던 이십 대의 나.
그 자유로움과 무모함이 그립다.
마흔다섯의 나에게 그 무모함을 선물하고 싶다.
그때 내가 했던 일이니, 지금도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지 않을까?
다시 깨우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닐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데, 마흔다섯에 못할 게 뭐가 있을까?
무모함이 꼭 이십 대의 전유물은 아니니까.
기억 속에서 어린 나의 열기가 지금의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오늘의 나도, 다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