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지 Sep 18. 2023

88 올림픽 개막식날

생일

쉰 살이 넘고 몇 해가 지났습니다.

1988년 올림픽 개막식이던 오늘은 나의 생일입니다.

어린 날의 생일은 특별한 것 없던 날들이었습니다.

이북분이셨던 부모님께 아이들의 생일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선물이나 파티는 따로 없었죠.

그렇지만 엄마는 언제나 생일날아침이면 흰쌀밥을 새로 지어 처음으로 푼 반짝이는 흰쌀밥을 고운 그릇에 담아 진하게 끓인 미역국과 정갈한 밑반찬들 곁들여  차려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다섯 딸의 생일을 그렇게 엄마는 챙겨주셨죠.

아이들을 키우며 두 아이의 생일이면 그 기억으로 나 역시도 엄마처럼 아이들의 밥을 챙기며 마음깊이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엄마가 차려주신 생일 밥을 먹고 건강히잘자라서 50해가 넘게 잘 지내오고 있는 것이 감사합니다.

말로표현하지 않지만 늘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셨던 부모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보았습니다.

그 시절에 어린 내가 듣고 싶던 말들을 아낌없이 아이들에게 해주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하고  말해도 사랑한다는 말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다른 어떤 말로 깊은 마음속의 진한 나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나의 숙제입니다.


멀리 학교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생일축하 메시지 가옵니다.

오늘 뭐 하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나는 대답합니다.

무슨 선물을 받았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나는 말합니다.

" 너희들이 선물이야. 매일매일 너희들에게 선물을 받는데 무슨 선물이 더필요하니!"

"열심히 잘 지내주어 고맙다 우리 아이들".

내 마음은 깊은 사랑의 울림으로 아이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생일아침부터 먹먹합니다.

넉넉히 풍족하게 키워주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남편과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살아내기 위해 각자의 삶 속에서 열심히 달려왔었죠.

 때로 남편과의 오해로 더러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마음이 무너지고 바닥을 치는 허탈함으로 일어날 힘이 없던 날도 나는 아이들의 생일상을 잘 차려냈습니다.

남편이 내 맘을 부정하고 몰라주던  그 시간을 살아내면서 외롭고 추웠습니다.

 아이들은 나의 전부였고 아이들이 곧 나였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나는 없어도 된다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나를 내친 날들도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화를 내고 나를 알아달라고 하소연도 해봤었고 우리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입을 닫아 서로를 피해온시간 들도 많았습니다.


50살이 몇 해가 지나서  생일을 맞이한 오늘.

아침부터 커피를 사준다고 굳이 나를 데리고 나가는 남편은 운전을 하며 무심히 말합니다.


"이런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네가 많이 힘들었겠다".

"미안해".


가슴을 울리는 말이 쩌렁쩌렁 내 안을 울립니다.

나는 끝내 남편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들었고 지난 모든 시간의 마음 아픔과 힘든 시간은 어디에 있었는지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따뜻한 커피가 마음을 녹입니다.

가슴 벅찬 생일아침 나는 눈물이 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름 모를 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