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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지 May 17. 2024

개떡

어릴 적 외숙모가 들에 가득한 쑥을 한 바구니 캐서 우리 집으로 오시면 그날은 내가 좋아하던 쑥개떡을 만드는 날이었습니다. 외숙모는 방앗간에서 맵쌀가루를 빻아서 쑥을 삶아 정성스레 개떡반죽을 만들어오셨어요.  



짭짤한 쑥떡에 참기름을 반질반질 바르면 진득한 쑥향과 쫄깃한 식감에 몇 개를 먹었는지 모르게 맛있게도 먹었더랬죠. 유난히 쑥떡을 잘 먹는  어린 내가 귀여웠는지  외숙모는 쑥떡을 만들어주시면서 말씀하셨죠.

 "지연이는 얼굴이 잘생겨서  이다음에 아주 잘 살 거야 ".

쑥떡을 먹는 날이면 외숙모는 쑥떡만큼이나 맛나게도 잘 살 거라는 축복의 말을 나에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얼굴이 어쩜 저렇게 잘생겼는지 어글어글하니 잘 살 거다".

자세한 의미는 몰랐어도 잘 살 거라는 말은 들어도 들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쑥개떡은  행복한 축복의 말을 들었던  나에게 힘이 나는 기억입니다. 쑥이 나는 봄철이면 개떡이 먹고 싶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잘살게 된 거야 ".

사랑스러운 둘째의 말에  한입 가득 베어 물어보는  떡만큼이나 고소하고 쫄깃한 오후입니다.

둘째와 만들어본 쑥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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